북한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한 대북 전단 살포 비난 기사.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한 대북 전단 살포 비난 기사. /노동신문

이달 말~11월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무산을 시사(11일)했던 북한이 12일에는 "아직 선택의 기회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북한은 지난 10일 우리 민간단체들이 살포한 대북 전단 풍선에 기관총을 쏜 데 이어, 11일에는 "남조선 당국의 무책임하고 도전적인 처사로 북남 관계가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며 "고위급 접촉도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12일 발표한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는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기를 소원한다면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부터 갖춰야 한다"며 "모처럼 마련된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망동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4일 고위급 대표단을 인천에 전격 파견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뒤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7일), 대공 기관총 사격(10일) 등 도발을 일으켰다. 정부 관계자는 "북이 냉·온탕을 오가며 고위급 접촉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의도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북의 태도에 대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북이 아직 남북 고위급 접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북의 도발에 대해서도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향후 접촉에서 NLL과 대북 전단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한 제한적 군사 시위"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애초부터 대화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지난 4일 고위급 파견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북이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통해 박근혜 정부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벌써 언론과 정부에서 '고위급 접촉 못 하는 거 아니냐' '민간단체들 잘못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남남(南南) 갈등 유발이라는 북의 의도에 우리가 말려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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