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기 금리 인상해도 급격한 자본유출 없을 것"
"엔저 영향..아직까지 제한적..시장 영향 예의주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한국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선도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현지시각으로 9일 뉴욕 포시즌즈호텔에서 ‘회복에서 도약으로(From resilience to breakthrough)’라는 주제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한국은 세계경제의 국면전환기마다 가장 발 빠르게 적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가 열리는 것은 2010년 이후 4년만으로, 이날 설명회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기재부는 참석 인원을 130명으로 예상했으나 두 배 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 "'가계소득 증대 패키지' 언급..외국인 투자자, 안정적 배당 기대할 수 있을 것"

최 부총리는 "한국경제는 견조한 펀더멘털 덕분에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며 "다만 축소 균형에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아 새 경제팀은 잠재적인 저성장·저물가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새 경제팀은 우선 가계와 기업 소득 증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소개했다. 기업의 이익이 배당, 고용 증가로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이러한 세제를 도입하면 가계소득이 늘어 민간 소비가 확대가 되고 이것이 기업 수익성 개선과 투자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배당성향(21%)이 전세계 평균 배당성향(40%)보다 매우 낮아 주식이 저평가된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대책으로 주식 가치가 오를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장기 투자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의 자산형성,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긍정 요인으로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또 "소득 기회(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규제를 올해 10%, 2017년 20%를 감축해 투자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대 유망 서비스업(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을 육성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와 내년에 걸친 '41조원+a'의 재정·금융 지원, 내년 예산안의 확장적 편성 등 재정·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 공공기관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재정 규율, 세원 확대 등을 통해 잠재적인 재정위험을 철저히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최 부총리는 “이러한 노력에 따라 성장률은 올해 3.7%에서 내년 4.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성장 둔화, 최종 소비재 시장 진출로 대응"

미국이 경제회복으로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때 한국이 받는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에 최 부총리는 "각국이 처한 경제상황이나 체질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한국은 조기 금리 인상이 되어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 부총리는 ▲3600억달러 이상의 충분한 외환보유액 ▲ 낮은 단기외채 비중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을 제시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엔화 약세 여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한국 경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일본으로의 수출이 상반기 5.4% 줄어드는 등 다소 영향이 있지만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특히 IT같은 제품은 우리나라가 일본기업에 비해 비(非)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엔화 약세로 제3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해서는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라서 영향을 받겠지만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차별화하고 현실화하면서 대처할 것"이라며 "중국이 내수에 비중을 두는 만큼 중국의 최종 소비재 시장 진출을 강화해 중국 수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 합리화 등으로 가계부채가 늘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양은 증가하겠지만 총량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규제 합리화 이후 주택 거래가 점점 활발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북한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북한 변수는 한국에 투자를 결정하는 데 늘 있어왔던 변수"라며 "시장의 학습 효과가 많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수에 따라 한국 경제가 좌우된다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가 열린 것은 2010년 허경욱 기재부 1차관의 설명회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또 부총리가 발표한 것은 2005년 한덕수 부총리 이후 거의 10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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