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경비정 한 척이 7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10여분 만에 물러갔다. 이 과정에서 남북 함정은 서로 함포와 기관포 사격을 주고받았다. 이런 일은 2009년 '대청 해전(海戰)' 이후 처음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함정은 우리 측에 조준 사격을 하지 않았고 기관포 사거리도 우리 함정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도발을 한 건 맞지만 강도가 높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최측근 실세 세 사람이 인천에 와 우리 측과 이달 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게 불과 사흘 전이다. 시종 군복 차림으로 이 대표단을 이끈 사람은 북한군 최고 실력자라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다. 김정은과 함께 북한 군부도 남북 관계를 대화 기조로 전환시키는 걸 지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만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 도발로 5년 만에 남북 간 교전이 벌어졌으니 우리 측으로선 북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차 고위급 접촉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포석' '향후 남북대화에서 NLL을 비롯한 군사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거나 '군부 내 일부 강경 세력의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엇이든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한 손으로는 화해를 위한 악수를 청하면서도 언제든 다른 손으로는 상대방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는 이중적인 집단이라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함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어느 때보다 훈풍이 부는 듯했던 2002년 월드컵 기간에 제2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군인 6명을 죽게 만든 게 북한이다.

이런데도 우리 내부에선 지금 북한 대표단이 왔다 간 뒤 곧바로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여여(與與), 여야(與野), 좌우(左右) 간에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북핵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의 책임은 이제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남남(南南) 갈등 조짐을 즐기고 있을 사람은 북의 강경 세력이다.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진전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安危)보다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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