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정식집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왼쪽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오찬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10.4/뉴스1 © News1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정식집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왼쪽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오찬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10.4/뉴스1 © News1
남북이 지난 4일 전격 이루어진 고위급 회담에서 제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함에 따라 6일 정부는 관련 준비에 착수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지난 2월 진행된 1차 고위급 접촉에 이은 것으로 정부는 지난 8월11일 북한에 2차 접촉을 제의한 바 있다.

그간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던 북측이 이번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통해 이에 호응했다.

북한은 2차 고위급 접촉과 관련 우리 측에 날짜와 장소를 일단 일임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시기는 우리 측의 결정에 따라 정해질 공산이 높다.

통일부 당국자는 "양측이 일단 10월 말~11월 초로 합의했으니 적절한 날짜를 고르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부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가능한 빠르게 세부 사항을 정해 북측에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변수와 특수성을 고려해 시간을 끌지 않고 가능한 이른 시기에 접촉 일정을 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르면 주초 곧바로 북측에 구체적인 날짜를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2차 접촉을 제의하며 우리 측의 주요 의제로 내건 연내 추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문제가 여전히 유효한만큼 더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복선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전날인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과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류 장관의 발언에 비추어봤을 때, 정부가 고위급 접촉 이전에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먼저 제의하고 고위급 접촉에서 이를 최종 타결하는 방안을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통상 상봉 행사를 위해서는 남북이 적십자 실무접촉 및 명단 교환 등 적어도 2주간의 사전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다만 2차 고위급 접촉의 장소를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 함의를 고려해 신중하게 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고위급 접촉은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정부는 지난 8월엔 남북 간 관례를 고려해 2차 고위급 접촉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자고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전격 방남이 이루어지면서 고위급 접촉의 개최 장소에도 미묘한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남을 고려해 일종의 답방 차원에서라도 2차 고위급 접촉이 단순히 판문점 북측 지역이 아닌 개성, 혹은 평양에서 열릴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남으로 고위급 접촉에 임하는 양측 인사들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상호 구체적 의제를 놓고 논의하는 테이블은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남과는 별개의 성격으로 진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론 이번을 계기로 고위급 접촉에 임하는 양측 인사들의 중량 자체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주목된다.

황병서, 최룡해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남으로 양측의 고위급 채널 자체가 '상향조정'된 만큼 양측 수석대표의 급도 달라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차 고위급 접촉에선 우리 측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북측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양측의 수석대표로 만났다.

김규현 차장은 이번 양측의 고위급 오찬 회담에 임한데 비해 원동연 부부장은 이번 북한 대표단에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이번 북한 대표단에 파견됐던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새로이 북측의 수석대표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통상 남북의 대화가 진행될 경우 명단 교환이 최종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번 고위급 접촉 성사 과정에서 양측이 어떤 논의를 거칠지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우리 측 대표단 명단이 확정됐다고 아직은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해 우리 측 역시 명단의 조정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염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국자 "아직 내부 협의 완료 안돼"
연내 이산가족 상봉 등 고려해 속도낼 듯...장소 및 명단 변동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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