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뉴욕 소재 주요 연구기관의 대표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4.9.25/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뉴욕 소재 주요 연구기관의 대표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4.9.25/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야 말로 북한의 핵(核) 개발과 주민 인권개선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문제와 관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이던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등 뉴욕 소재 5개 주요 연구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탈북자와 핵, 인권 등 엉켜 있는 여러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길은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통일을 추진하는 데는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렸듯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기원전 800년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제우스신에게 바치기 위한 수레를 다른 사람이 쓰지 못하도록 신전 기둥에 복잡한 매듭을 이용에 묶어놨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서 수백년 뒤 알렉산더 대왕이 이 지역을 지나면서 풀리지 않는 매듭을 단칼에 자른 것으로 알려져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 없었다면 유럽 통합도 가능하지 않았다"면서 "동중국해, 남중국해, 영토 문제 등 (동북아) 역내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있지만, (한반도 통일로) 동북아에 평화가 온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통일은 한반도 안정과 번영은 물론, 동북아 지역 평화·안정에도 기여할 것이고,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제 통일 환경을 만들고 통일을 준비하는데 미국이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문제와 관련해선 "COI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COI의 활동은)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엔 북한의 인권문제를 세계에 확실히 알린 적이 없었는데, COI의 (북한 인권) 보고서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COI의 활동으로 인해) 북한도 급한 마음에 인권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만들어 세계에 알릴 정도로 자극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면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 삶의 개선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지난 3월 독일 방문 당시 제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방향에 대해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한 간의 신뢰 구축을 위해 기본적이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자는 것인데,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우린 북한에 대해 '고립상태에선 경제를 살릴 수 없으니 대화에 나와 모든 문제들을 드레스덴 구상 등을 통해 협의하자'고 얘기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엔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시키면 일본이나 주변국도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돼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이 결코 원치 않는 것이고, 미국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의 관행을 만들어간다면 동북아에서 이들의 역할이 커지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해 보다 창의적이고 다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자신의 간담회 인사말에 대해 한 참석자가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전하자, "우리의 이니셔티브(제안)나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좋은 말씀을 해줘 감사하다. 이렇게 (여러분이) 도와주고 힘을 모아주면 북한 문제에 대한 창조적 접근도 힘을 받아 평화 통일기반도 구축될 것"이라고 사의(謝意)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날까지 발전해오는 데는 한·미 동맹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국제사회, 유엔으로부터 받은 것을 세계에 돌려줌으로써 (다른 나라에) 기여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개발경험을 개발도상국들에 전해줌으로써 이들이 빈곤으로부터 탈출해나가는데도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지금 여러 인도적 위기에 빠진 나라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기여코자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같은 전 세계적 도전 또한 전쟁 못지않게 매우 위험하다"며 "그 또한 창조적 방법으로, 선도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건 해서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해결해가는데 한국도 기여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들과 함께 앞으로 '통일 한국'이 되면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 내용과 관련해 수행기자단에게 사전 배포했던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원고 중 한·중 관계, 그리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 등에 관한 사항은 "당시 간담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앞서 청와대가 사전 배포했던 원고엔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한·일 간) 과거사의 핵심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청와대는 간담회 뒤 "대통령이 실제론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원고 전문을 '취소'했었다.

이에 대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간담회 시작에 앞서 기자단에 배포했던 원고는 보도 편의를 위한 "참고자료"였다며 "대통령은 회의나 간담회 때 본인의 의지·철학을 갖고 얘기하기 때문에 참모들도 (행사가) 끝날 때까진 그 내용을 사전에 짐작하거나 단정할 수 없다. 간담회 결과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 감안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귀국한지 이틀이나 지난 이날 당시 간담회 내용을 재차 소개한 것도 사전 배포 원고 내용 등에 둘러싼 논란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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