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현지시간) 유엔 본부 경제사회이사회의실에서 유엔 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2014.9.23 /뉴스1 © News1 포토공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현지시간) 유엔 본부 경제사회이사회의실에서 유엔 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2014.9.23 /뉴스1 © News1 포토공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뉴욕 유엔본부 내 총회장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15분간 진행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한반도 통일비전을 전하며 "독일통일이 유럽통합을 이루어 새로운 유럽의 주춧돌이 되었다면, 통일된 한반도는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 자체로 유엔의 설립목표와 가치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본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140여명의 세계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에 대해 설파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우선 북핵포기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인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핵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감행한 유일한 국가"라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다는 내용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개념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와 영토, 해양안보를 둘러싸고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동북아에는 다자협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갈 장치가 없다"며 "이런 문제의식 하에, 역내 국가간 신뢰와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과 재난구호, 원자력안전 등 역내 국가들이 협력의 습관을 축적해 나간다면 유럽에서와 같이 다자간 협력 프로세스로 강화되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면서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교통망·에너지망을 연계하여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해 정치 안보적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인권문제는 한반도 통일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했다.

특히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한 인권고위급 회의'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 이날 박 대통령의 북한인권 발언은 짧지만 강한 힘이 실렸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해결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졌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통일,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넘어 지구촌 행복시대를 구현하는 것을 외교 비전으로 삼고 있다"면서 "유엔이 인류 공동의 가치를 공고히 지켜나가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 기구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숭고한 여정에 대한민국은 응분의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연설을 맺었다.

◇ 朴대통령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유엔이 앞장서 달라"

박 대통령은 "단절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해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의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에 유엔이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따라 만들어진 DMZ는 지난 60여년간 사람의 왕래도 막았다. (하지만) DMZ의 생태계는 남과 북이 하나이고, 남과 북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DMZ의 작은 공간부터 철조망을 걷어 내고, 남북한 주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다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생명과 평화의 통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 유엔이 앞장서 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주도 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그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S 테러 등 유엔중심 신속, 효율적 대응 필요…"우리나라, 선진국과 개도국 교량 역할"

박 대통령은 "시리아, 리비아 등에서 내전이 계속되면서 부녀자와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고, 이라크와 그 주변지역에서는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이 준동하면서 중동지역은 물론 국제평화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빈곤, 자연재해 등의 다중적 위기(multiple crises)들은 인류의 삶이 도처에서 위협받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유엔을 중심으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체제를 갖춰 평화와 정의, 인류의 공동발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열망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에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해선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활용하여 2015년 이후 개발목표 설정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면서 "과거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 우리의 농촌 빈곤퇴치에 기여한 '새마을운동 모델'이 지구촌에 확산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는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유치국으로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어코자 한다"면서 "무엇보다 녹색기후기금의 조속한 정착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의 개도국 지원확대에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의 과실을 개도국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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