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현재 북한에 억류돼있는 미국인을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에 대북 특사 파견 관련 협의를 제의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7일 보도했다.

VOA는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대북 특사로 어떤 급의 인사를 원하는지 알려달라고 북한 당국에 문의했으며,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 정부에 특사 후보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지 않고, 억류된 미국인들의 ‘불법 행위’를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만 답했다”고 설명했다.

VOA의 사실 확인 요청에 미 국무부는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인들의 안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는 원칙 아래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북한에는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4일 재판을 열어 6개월째 억류해 온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24)에게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으며, 북한 호텔에 성경을 둔 채 출국하려 했다가 지난 5월 억류된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에 대한 재판도 곧 진행할 계획이다. 2012년 11월 방북했다가 억류된 케네스 배(46)는 작년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케네스 배 석방 협상을 위해 킹 특사를 초청했지만 두차례 모두 갑자기 취소를 통보했다. 이어 리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 4월 킹 특사의 방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 의무와 특사 파견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다.

미국 정부는 2009년 여기자 두 명의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2010년 아이잘론 말리 곰즈 석방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에 파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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