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몰래 개발한 기술 발명품들이 당국의 통제 없이 시장으로 흘러나가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치 있는 개인 발명품의 시장화 물결에 북한 당국은 과학자·기술자들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장마당을 중심으로 ‘지하경제투사’들이 개발한 발명품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하경제투사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장이나 기업소 활동과 별개로 몰래 실험실과 연구실을 차려놓고 기술 발명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소식통은 “항일 빨치산들처럼 국가 지원 없이 자력갱생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하경제투사들은 ‘기술은 곧 자본이고 경쟁력’이라는 구호 아래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독자적인 기술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평양의 한 건축 연구사는 아파트에 보열식 부뚜막을 설치해주고 한 달에 100만원 이상(약 120달러) 돈을 버는 데, 이 연구사는 부뚜막 기술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진시의 한 소식통은 “최근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청진시 등에서는 개인이 만든 칠감(페인트)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 이를 발명한 사람은 어느 건축대학교 교수”라며 “개인 발명품이 국가급 대규모 건설현장에서도 이용될 만큼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함경남도 함흥시와 평성시 등 도시에서는 과거 의학 연구사들에 의해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들이 생산되고, 일부 기술자들은 집에서 마약을 제조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RFA는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가치 있는 기술력이 국가 계획과 통제를 벗어나 암암리에 시장으로 흘러나가는 것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에 당국은 과학자·기술자들에게 “국가에서 배운 기술로 돈벌이를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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