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리(VOA) 김환용 기자.

지난해 9월 러시아-북한 철도 개통식에서 북한측 축하악단 뒤로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지난해 9월 러시아-북한 철도 개통식에서 북한측 축하악단 뒤로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최근 보도문을 내고 북한 당국이 북한 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러시아 회사 직원들에게 장기 복수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습니다.

이 러시아 회사는 ‘모스토빅’이라는 토목건설회사로 북한이 외국인에게 이런 종류의 비자를 발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극동개발부는 설명했습니다.

장기 복수비자는 통상 1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해당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비자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 6월 정부 간 협력위원회 회의에서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장기 복수비자를 서로 발급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쇄국가인 북한이 이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서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할 수 있도록 러시아 기업인들에게 문을 열어 준 데 대해 북한의 개방 의지가 엿보이는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박사는 북한이 사회주의권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일반화돼 있는 장기 복수비자를 허용한 것은 조심스럽게 대외 개방에 나서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박사] “아무튼 복수비자를 낸 것 자체는 북한이 의도적인 또 의지가 있는 개방 움직임을 가속화시켜 나간다는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이런 비자 발급이 다른 국가들 특히 자본주의 국가들에게까지 확대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기업인들에게 기술적으로 편의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크고 이것이 다른 외국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거나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한 대외 개방 조치와 연결된다고 보기엔 아직까진 좀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를 최근 경제협력은 물론 다방면에서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최근 두 나라 간 무역 결제를 러시아 루블화로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북한 측의 배려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무역결제를 러시아 루블화로 하기로 결정했죠. 이것은 북한에 특별한 선물이 됩니다. 국제사회 제재를 피할 수 있고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많이 받을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북-러 사이 관계 증진을 과시하려는 그런 의미에서도 특별하게 비자를 내 준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 투자자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런 선례가 북한과의 경제통상 협력에서 일반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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