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진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3일 인천 아시안 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참가하는 문제에 대해 “‘큰 집’에서 ‘작은 집’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며 “(체류) 비용을 우리가 좀 지원해주면 어떠냐. 모처럼 찾아온 남북 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이 대박’이라며 통일준비위도 발족시키지 않겠느냐. 그러려면 우리가 말만 하지 말고 실천가능한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당초 우리 측에 “선수단 350명과 응원단 350명을 파견할 테니 편의 제공을 해달라”고 했지만, 남북 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선수단만 보내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경기지사 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모습. /원 의원 홈페이지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경기지사 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모습. /원 의원 홈페이지
원 의원은 북한 응원단의 체류비용을 우리 측이 부담해야 하는 것과 관련, 부정적인 국민여론이 있는 데 대해 “북핵이라든가 천안함 사건 등은 우리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인도적 차원이나 문화·스포츠 교류는 보다 더 전향적으로 임해야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며 “북한 응원단이 북한 선수만 응원하는 게 아니라, 남북 공동 응원단을 꾸려 남북이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지금의 부정적인 여론들을 수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응원단이 온다면 인천 아시안 게임 흥행에도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 체제의 우수성을 북한에 보여주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원 의원은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도 “북한 응원단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남북공동응원단을 구성하자”,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북한 응원단의) 활동범위와 비용 등 사소한 문제로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 북한 응원단을 수용할 뿐 아니라 아예 남북 공동응원단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는데.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경색된 채로 가면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이 대박’이라며 통일준비위도 발족시키지 않았느냐. 그러려면 일단 이념을 떠나 말만 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이번 인천 아시안 게임이 좋은 기회다. 과거엔 남북 탁구 단일팀도 만든 적이 있었다. 공동 응원단을 꾸리는 건 더 쉽지 않겠느냐. 이는 5·24조치과도 상관이 없다. 북한 응원단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공동 응원단을 만든다면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한민족이고 한 핏줄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선 더 많은 남북 협력 사업이 필요한데, 이번에 인천 아시안 게임에 오는 북한 응원단이 모티브가 될 수 있다.”

“큰 집에서 작은 집 도와주는 것 아니냐… 北응원단 수용 뿐 아니라 공동 응원단 구성해야”

― 하지만 북측 응원단의 체류 비용 문제 등 때문에 부정적인 국민여론도 많다.
“좀 도와주면 어떠냐. 인도적인 차원에서 영유아 영양 관련 제품, 결핵약 등은 이미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원해주고 있다. ‘큰 집’에서 ‘작은 집’ 도와주는 것 아니냐. 특히 이번 아시안 게임은 우리 모두의 공동 축제다. 스포츠, 문화의 교류다. 만약 우리가 비용을 지원키로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북한 응원단이 온다면 인천 아시안 게임 흥행에도 꽤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 북한은 협상이 결렬되기 전만해도 응원단 규모를 350명으로 밝혔었는데, 이를 다 수용하자는 의미냐.
“구체적인 결정은 결국 남북 실무 협상팀에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 나는 다만 우리가 좀더 개방적으로 전향적으로 북한 응원단을 초청하고 포용하자는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규모나 비용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 실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비용을 좀 대주면 어떠냐. 북한도 자신들의 응원단이 오는 건데, 자신들도 그중 일부를 낼 것으로 본다. 우리는 그 나머지를 부담하면 되는 거다. 만약 공동 응원단으로 꾸리기로 한다면 남북이 50명씩 또는 100명씩으로 서로 규모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북한 여성응원단이 2002년 9월 28일 부산아시안게임 축구예선 북한-홍콩전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 /조선일보DB
북한 여성응원단이 2002년 9월 28일 부산아시안게임 축구예선 북한-홍콩전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 /조선일보DB

― 아예 처음부터 남북 공동응원단으로 꾸려나가자는 말로 들리는데.
“남북 공동 응원단이 된다면 북한 응원단이 우리 응원단과 함께 한국 선수들의 경기장에 와서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게 된다. 북한 응원단이 북한 선수 응원만 하러 온 게 아니니까, 우리가 이들의 비용을 부담해주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좀 수그러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다. 내 생각에는 북한은 응원단이 주로 여성들인 만큼 우리 남한 응원단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짜서 활동하게 한다면 더 호응을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동응원단 이름은 아예 ‘통일 응원단’으로 해서 통일을 염원하는 응원을 하는 것이다.”

― 북한 응원단 수용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로 삼자는 의미냐.
“유라시아 관련 계획이나 사업들도 결국 남북관계 개선에 달렸다. 이제는 통일이 대세다. 통일을 여는 방향으로 가야 우리나라에도 미래가 있다.”

“북한 내 대한민국 체제 우수성 알릴 기회… 인천 아시안 게임 흥행에도 도움”

― 북한 응원단 방한와 관련된 현재 남북 간 실무 협상은 현재 깨진 상태인데.
“남북 둘다 책임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최국 아니냐. 뿐만 아니라, 솔직히 우리가 ‘형님 집안’ 아니냐. 대국적 견지에서 포용력있게 다시 초청하는 게 맞다고 본다.”

- 물론 순기능도 있겠지만, 북한 응원단이 온다면 김정은 체제를 홍보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체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응원단이 한국을 보고 간 뒤 북한 안에서 우리의 발전상에 대한 입소문이 나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 나는 국회에서 국방위원장도 지냈던 사람이다. 절대 북한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공격을 그냥 넘어가자는 게 아니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선 우린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군사 위협 등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인도적 교류와 문화·스포츠 교류 등은 꼭 해야 한다. 통일 한국이 우리의 미래고, 경쟁력이다. 우리가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우리 국민 누구도 이견이 없다고 본다.”

☞원유철 의원은 누구?
새누리당 소속 4선(選) 국회의원이다. 당 재외국민위원장을 비롯해 국회에서 한·불가리아 의원친선협회장, 한·호주 의원친선협회장 등을 지내는 등 외교통으로 통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선 국방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당 북핵안보전략특위 위원장과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 대표 등을 맡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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