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유지 위해 시도할 수도
전문가들 "되돌리기엔 늦어"

지난달 29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에선 지금 중국이 1980년대 중반에 겪었던 '시장(경제)'과 '계획(경제)'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의 시장화(市場化) 상황에 대해 "평양 시내에 시장이 25개이고 시장마다 매대가 4000개 있다"며 "매대마다 한 사람이 격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시장당 8000명, 평양 전체에 20만명의 상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당 평균 4인 가족을 가정할 경우, 평양에서만 80만명이 시장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 셈이다. 이는 평양 인구(200만명)의 40%에 해당한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되돌아 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언젠가는 시장을 없애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009년 화폐개혁 때처럼 시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옌벤(延邊)대 현동일 교수는 "북한에서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도층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옌벤대에서 연수 중인 북한 김일성종합대와 사회과학원 소속 교수들은 "지금 북한의 시장은 생필품 공급 체계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허용된 것이고, 공급 체계가 회복되면 시장을 없앨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옌벤대 이종림 교수는 "북한 학자들이 외국에 나와 자신들 체제를 대변하다 보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들을 만나면 중국이 걸어온 길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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