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3년… 키워드는 '변화'
경제개발구 6개 더 늘려 총 19개
나선특구 주변엔 '카지노 관광'… 건설자재·기계 등 수입도 활발

北주민들 산꼭대기에도 '텃밭'… 개인 소득 늘리려 가축도 키워

단둥·훈춘=황대진 기자
단둥·훈춘=황대진 기자
지난달 28일 중국 단둥의 압록강 맞은편 북한 신의주 지역에선 주민 수백명이 강변 수영장에 나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압록강 철교에는 사람과 물자를 실은 차량이 쉴 새 없이 국경을 넘나들었다. 단둥에서 만난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3년을 특징 짓는 핵심 키워드는 한마디로 '변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서해와 만나는 압록강 하류에서 두만강이 흘러드는 동해에 이르기까지 북·중 국경 1500㎞ 곳곳에서 감지됐다.

◇산 전체가 '뙈기밭'

랴오닝(遼寧)성 단둥에서 출발해 지린(吉林)성의 지안(集安), 창바이(長白)에 이르는 3일간의 여정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압록강 너머 북쪽 땅의 '뙈기밭(텃밭)'이었다. 북한의 기본 농업 단위는 협동농장이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경작해 소출을 가져가는 뙈기밭이 크게 늘었다. 자강도 만포시에서 양강도 혜산시 사이에는 산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산 전체를 뙈기밭으로 조성한 곳이 많았다. 멀리서 보면 산이 누더기 이불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였다. 현지에서 만난 북한 전문가는 "주로 옥수수와 감자 등을 심는데 농작물 대부분을 자기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산꼭대기는 물론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계곡 곳곳에도 뙈기밭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몇년 전만 해도 이 산들은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소와 염소 등 가축들이 강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도 보였다.

◇접경 곳곳에서 북한 관광 인기

중국의 압록강변에서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 부근 야산에 북 주민들의 뙈기밭(텃밭)이 꼭대기까지 촘촘하게 개간돼 있다. /황대진 기자
중국의 압록강변에서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 부근 야산에 북 주민들의 뙈기밭(텃밭)이 꼭대기까지 촘촘하게 개간돼 있다. /황대진 기자
지난 1일 옌지(延吉)에서 만난 옌볜(延邊)대 김성남 교수는 "북한 김정은 제1비서의 대외 개방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기존 13개 경제개발구 외에 최근 6개를 추가로 지정해 19개를 운영키로 했다"며 "결국 대외 개방에 따른 (기강 해이 등) 부담을 북한이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개방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북·중 접경 지역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빗장이 풀린 것은 관광이다. 단둥시가 펴낸 관광 안내서에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당일로 진행되는 신의주 관광과 3일짜리 평양 관광 상품 등이 소개돼 있었다. 현지 관광업자는 "지안과 만포 사이에는 하루 평균 400여명이 북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훈춘에서는 나진·선봉 지역과 가까운 비파섬 관광에 사람들이 몰렸다. 한 관계자는 "비파섬에 홍콩 영화배우 청룽(成龍)이 세운 카지노가 있는데 중국인들로 북적댄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북한 관광을 금지했으나 지난 4월부터 다시 풀었다.

◇북·중 간 교역도 활발

1일 북한 나진·선봉 경제특구로 들어가는 중국 측 관문인 취안허(圈河)세관에는 통관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철골과 시멘트 등 건설 자재와 각종 기계류를 실은 트럭과 생필품을 적재한 컨테이너, 자가용 승용차 등이었다. 훈춘시 관계자는 "취안허 세관은 1년 36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동된다"고 했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65억4000만달러로 전년(59억3000만달러)보다 늘었다.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취안허 세관 입구에서 기계·시멘트·생필품 등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과 승용차들이 북한 나진·선봉으로 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황대진 기자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취안허 세관 입구에서 기계·시멘트·생필품 등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과 승용차들이 북한 나진·선봉으로 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황대진 기자
 
 
단둥과 지안, 창바이, 투먼, 훈춘 등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의 도시에는 외화벌이를 위해 나온 북한 근로자들이 많았다. 김성남 교수는 "연변조선족자치주에만 2만여명의 북 근로자가 나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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