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5년 이후 약 20년 만에 개최했던 국제 프로 레슬링 경기가 지난달 30~31일 일정을 마치고 끝났다. 북한이 일본과 미국의 스타 선수들을 불러모으고 개막에 앞서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던 행사지만, 정작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국제 프로 레슬링 대회’를 개최했다. 프로 레슬링 선수 출신인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이 주도한 이번 대회에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의 레슬링 선수 21명이 참가했다. 전설의 프로 레슬링 선수 ‘밥 샙(Bob Sapp)’과, ‘존 앤더슨(Jon Andersen)’도 오랜만에 링 위에 섰다.

경기 시작 전 개막식에서 장웅 국제 무도경기위원장은 “한미 을지훈련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 연습”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북·일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장웅 위원장은 “체육 분야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연대와 협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이노키 의원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오랜 기간 닫혔던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북한 주민들은 1만3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북한에 스타급 외국 스포츠 선수가 온 것은 지난 1월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의 생일날 북한에서 경기를 치른 후 처음이었다.

남성은 정장을, 여성은 치마에 블라우스를 차려입고 온 북한 주민들은 시종일관 링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나, 과격한 경기 장면을 보고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 관중의 반응에 대해 밥 샙은 “처음에는 다소 등골이 오싹하고, 좀 무섭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후 관중을 다룰 수(Control) 있었고, 경기는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핵 문제로 글로벌 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대외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동시에 경제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이벤트라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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