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소련서 평화시위로 독립·민주화… 라트비아 스트라우유마 총리 인터뷰]

"라트비아도 강대국 지배와 離散(이산) 겪어… 평화통일 염원에 공감"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Straujuma·63·사진) 라트비아 총리는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 대장정'과 관련, "원정대는 단순히 페달만 밟는 게 아니라 한국이 이룩한 평화·번영·민주주의의 메시지를 온 유라시아 대륙에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트비아 최초의 여성 총리인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지난달 2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총리 관저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끊이지 않는 관심"이라며 "뉴라시아 대장정 같은 프로그램을 널리 홍보해 북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유라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라트비아인들도 아주 절실하다"며 "대장정팀이 부디 그 메시지를 대륙 곳곳에 전파해 달라"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지난 1989년 구소련 치하 공산 체제에서 '인간 띠 잇기' 평화 시위 등을 통해 독립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라트비아는 오랜 세월 강대국의 지배와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었다"며 "소련 공산 정권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라트비아가 한국처럼 대륙 끝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했다는 이유로 잦은 외세 침략을 겪어왔기 때문에 평화와 번영을 갈망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면서 "우리는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라트비아대(수학·물리학)를 졸업하고 지역개발부 장관·농업부 장관 등을 거쳤다. 지난 1월 총리로 임명된 그는 이전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을 유지하는 등 온건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2009년 국가 부도 위기로 유럽연합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라트비아는 한때 '유럽의 아르헨티나'로 불렸다. 그러나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스트라우유마 총리가 취임한 지난 1월 유로존에 가입했고, 지난 6월엔 국가 신용등급도 한 단계 상향됐다.

구소련 지배하 공산 정권 때 태어난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현재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잘 이해한다고 했다. 푸근한 인상이었지만 라트비아 역사 얘기가 나오자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소련 공산당은 라트비아의 민속명절인 하지(夏至) 축제나 기독교 성탄절조차 기념하지 못하게 했다"며 "언론조차 막혀 있어 국경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고, 이동의 자유는커녕 개성(個性)의 자유마저 통제당한 삶이었다"고 했다.

25년前라트비아 독립 이끌어낸 '인간띠'처럼… -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원들이 27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 시청 앞 광장에서 현지 시민과 손을 맞잡고‘인간띠’를 재현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국민 200여만명은 소련 치하이던 1989년 세 나라를 잇는 620㎞의 인간띠를 만들어 전 세계에 독립 의지를 알렸다. /오종찬 기자
25년前라트비아 독립 이끌어낸 '인간띠'처럼… -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원들이 27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 시청 앞 광장에서 현지 시민과 손을 맞잡고‘인간띠’를 재현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국민 200여만명은 소련 치하이던 1989년 세 나라를 잇는 620㎞의 인간띠를 만들어 전 세계에 독립 의지를 알렸다. /오종찬 기자
라트비아 민족은 발트 지역 토착민이지만 1918년에야 첫 독립국가를 세웠을 정도로 질곡의 역사를 거쳤다. 독일, 러시아, 스웨덴, 리투아니아의 지배를 받았다. 라트비아가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발트해의 부동항을, 독일은 러시아로 가는 길목을 확보하기 위해 라트비아를 침공했다. 소련 스탈린 정권하에선 라트비아인 6만명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스트라우유마 총리는 "원정대가 러시아 영토에 들어가기 전 유럽연합 내 마지막 종착지인 발트 지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유럽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 국경을 넘어 러시아 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내비쳤다. 그는 "같은 여성 국가 지도자인 만큼 만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것"이라며 "한국 대기업들이 발트 3국 본부를 잇따라 리가에 개설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한·라트비아 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라트비아 국민과 함께 원정대의 성공적 대장정을 응원하고 안전을 기원하겠다"고 했다.

〈원코리아 뉴라시아 특별취재단〉

이광회 부국장(원정단장),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배성규 정치부 차장, 임민혁 정치부 기자, 진중언 산업1부 기자, 최형석 경제부 기자, 오종찬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 박승혁 특파원, 장경혜·최민지 인턴기자

▲후원: SAMSUNG, LS, SK, HYUNDAI MOTOR GROUP, LG, LOTTE, KOREAN AIR, ASIANA AIRLINES, CJ, KOLON SPORT,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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