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러 북한 전문가들 "한반도 분단은 주변국에 손해… 평화통일 지지" 한목소리
"통일한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 어떻게든 좋은 관계 맺어야"

국가안보전략연구소(소장 유성옥)·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남궁영) 주최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학술회의에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북한·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 분단 상황이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국익에 반(反)하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통일 방식에 대해서는 미·중 전문가 및 국내 학자들 간에 적잖은 이견(異見)이 표출됐다.

"한반도 통일이 모두에 이익"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국가정보국 부국장을 지낸 토마스 핑가 스탠퍼드대 특임연구원은 "미국인들은 한국 통일을 지원하고 바라고 있다"면서 "단순히 동맹국인 한국이 잘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한반도 분단으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고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거듭 말해 왔지만 미국과 남·북한 모두 이를 의심하고 있다"며 "주변국들은 (분단) 현상 유지가 중국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오해"라고 했다. 왕 교수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중국의 이익은 배가될 것"이라며 "중국은 다른 어느 강대국보다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학술회의에서 천영우(왼쪽부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과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통일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학술회의에서 천영우(왼쪽부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과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통일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한반도 통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든 간에 일본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 한반도와 좋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일본의 장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일 한국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느냐가 일본의 국익이 걸린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알렉산드로 페도롭스키 아태지역문제 연구실장은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안보 상황을 개선하고 상호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며 "통일 한국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 방식 놓고 신경전

그러나 통일 방식을 놓고 미국과 중국 학자들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핑가 연구원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는 평화통일은 미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성이 매우 낮다"며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중국식 개혁을 하도록 하고, 외부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이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은 (미국이) 통일한국을 중국 봉쇄 기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급한 통일이나 흡수통일은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이란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잘못될 경우 한국은 사회적인 불안정이나 대혼란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중국 동북지역의 안정도 교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일 전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합의 통일 가능성이나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 동포의 묵시적 합의가 있는 흡수통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마상윤 가톨릭대 교수는 "북한 붕괴에 대비해야 하지만 급변사태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중국 "주한미군은 골칫거리"

왕 교수는 "중무장한 미군의 (한국) 주둔은 중국에 큰 골칫거리"라고 했다. 이에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현재 주한미군의 상태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남한 지역에만 머문다면 중국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왕 교수는 "미군이 남한에만 주둔한다 해도 중국은 수용할 정도로 순진하진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