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역 통계에서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량이 최근 반 년간 0(제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놓고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잇따랐지만, 이는 사실상 통계적 착시일 뿐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탄탄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25일 북한 전문 매체 NK지식인연대가 보도했다.

그간의 국내외 추정대로 중국이 핵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변함 없이 돕고 있다는 얘기다.

NK지식인연대는 크게 두 가지 논거를 들며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에너지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원유 수출 자체는 줄었지만, 다른 유류의 수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약 3억 달러에서 올해 0로 떨어진 게 맞다. 하지만 지난해엔 없던 가솔린이 올해 대규모(1만 3000톤)로 북한에 수출됐다. 항공기 기름으로 쓰이는 등유 역시 작년과 달리 올 3월에만 1400만 달러어치가 북한에 공급됐고, 군용트럭에 주로 사용하는 디젤도 전에는 거의 수출되지 않다 4월 들어 7000톤 이상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뿐 아니다. 중국이 그간 북한에 수출해온 전력은 매월 10만~20만 달러 어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87만5000달러(3월), 100만 달러(4월) 어치를 북한에 넘겨줬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한에 공급한 원유량 자체는 줄었지만 다른 형태의 에너지 공급량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점 역시 논거로 지목됐다.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2000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74개월 가운데 원유 수출이 하나도 없었던 달이 모두 43 개월에 이른다. 특히 두 달 이상 연속으로 0을 기록한 경우도 2013년 7~8월 등 올해 이전에만 모두 다섯 차례나 있었다. 또 중단 기간이 여섯 달까지 길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네 다섯달 수준의 수준의 중단은 이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장기 중단은 모두 6자 회담이 순항 중이거나 양국 고위층의 상호 방문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던 시점에 나타났다고 NK지식인연대는 전했다.

이 때문에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유시설에 이상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중국 단둥 외곽의 원유 저장소로부터 원유를 넘겨받아 가솔린, 등유, 디젤 등 정제유로 만드는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은 1978년 건설돼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유시설인 나선지구의 승리화학공장은 2009년 아예 가동이 중단됐다. 커티스 멜빈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유일한 정유시설인 봉화화학공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정제를 끝마친 완제품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NK지식인연대에 “중국의 대북 석유 공급은 1961년 체결된 북중동맹조약(정식 명칭은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의 합의사항 중 하나로,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부속 합의에 담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급량 자체는 양측 합의에 따라 수정된 적이 있지만, 아예 끊는 것은 동맹 자체가 폐기되지 않는 한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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