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재임 기간(1988~1998년) 북한 김일성 전(前) 주석을 20여 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대담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와 같은 민간인이 북한과 먼저 접촉하는 것이 좋겠다며 나를 아예 특사로 임명해 북한에 다닐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반대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도 공개했다. 김 전 주석의 생각과 달리 아들인 김정일 전 위원장 측이 계속 남북 대화를 반대했다. 김 전 회장은 "남북이 서로 체제 보장을 하자고 했더니 김정일 전 위원장이 남조선이 보장을 안하면 내가 못할 것 같으냐"며 화를 내고 남북 대화를 반대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를 원했던 김일성 전 주석이 거의 한 달 동안 칩거를 해 김정일 전 위원장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김우중 전 회장은 "김 전 주석도 아들에게 화가 나서 한 달 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시위를 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발판 삼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었다는 비화(秘話)도 공개했다. 그는 "(당시) 정상회담을 전제로 기본합의서를 추진했다"면서 "성사됐다면 역사상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되는 거였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막후에서 뛰었다고 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 주석의 동의를 받았는데 그가 갑자기 사망했다"며 "김 주석 사망(1994년 7월 8일) 열흘 전까지 나는 북한에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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