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가을걷이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아 있다. 당장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는 정말 끝장이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현지 소식통들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북한 내부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농작물 물주기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이제 마지막 한 고비가 남았다, 자연과의 투쟁에서 절대로 패배자가 될 수 없다”는 선전으로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17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얼마 전 평안남도 일부 지방을 다녀왔다는 이 소식통은 “관개망이 전국적으로 가장 발달했다는 평안남도 안주시나 문덕군, 숙천군의 협동농장들에서 강냉이는 물론 벼까지 노랗게 말라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열두삼천리벌’로 불리는 평안북도 안주시와 문덕군, 숙천군은 비옥한 토양에 청천강을 이용한 관개수로가 그물망처럼 뻗어나가 지금까지 어떤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고 그는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산에 나무가 없어 수원보충이 어려운 저수지들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다 알곡생산량이 가장 높다던 ‘열두삼천리벌’ 마저도 농사를 다 망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우려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장사목적으로 국경지역에 왔다는 함경남도의 한 주민도 “영광군과 금야군, 홍원군 일대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며 “영광군에서는 일부 말라죽은 강냉이 밭과 논판을 뒤엎고 남새(채소)를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은 늘 흐려있는데 안타깝게도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의 가뭄을 해소하려면 며칠간 비가 푹 내려도 모자랄 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앞으로 한주일, 열흘 안에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낟알이 여물지 못하고 모두 쭉정이가 될 것이라며 “진짜 가뭄과의 투쟁은 이제부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일부 소식통들은 “중앙에서 ‘가뭄극복을 위한 최후결전에 나서라’고 매일 주민들을 들볶는다”며 “그동안 비가 적당히 내려 가뭄이 덜한 지방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당국의 일률적인 노력동원방식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식통들은 “현재까지 농사작황이 좋다고 하지만 더 이상의 가뭄에는 버틸 수가 없다”며 “이대로 가뭄이 계속된다면 올해 농사전망에 심각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답한 현실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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