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위해 '금강산' 등 필요… 풀어주자니… 국민 반발 뻔해
나진협력 같은 '우회수단' 찾아

 
 
정부가 '5·24 조치'의 해제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드레스덴 구상 등 '통일 대박'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조치의 해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에 대해 북측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를 풀어줄 수도 없다. 정부가 북측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5·24 조치도 의제로 논의할 수는 있지만 합의는 어렵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5·24 방침 재확인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5·24 조치를 해제하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고 얘기하면 들어주고 논의할 수는 있지만 북한의 선행(先行)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그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약속 등이 있어야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도 박왕자씨 총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신변 보장 등 기존의 재개 조건 외에 "(대량 현금의 북한 반입을 금지한) 유엔 제재와의 관련성을 검토해야 하고 여기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연간 4000만달러 현금이 북에 들어가는 사업이다.

정부가 전날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5·24 조치, 금강산 관광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 "이번에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그런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통일 대박' 위해선 해제 필요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정부 내부에서는 '통일 대박' 실현을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고위 당국자가 사석에서 "내 임기 중 꼭 해제하고 싶다"고 할 정도다. 5·24 조치는 통일부 장관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내린 행정조치다.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논의 절차가 필요 없다. 따라서 이 조치의 해제 역시 별도의 절차 없이 통일부 장관 명령으로 가능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결심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해제할 경우 여권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주로 하고 (유엔 등) 국제 제재 공조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밝힌 드레스덴 구상만 봐도 북한 내 철도와 도로, 통신 등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실현하려면 5·24 조치 해제가 필수적이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 외에 대북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나진·하산 물류 협력 사업처럼 5·24 조치 '우회 수단'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를 매개로 한 나진·하산 사업처럼 중국을 끼고 남북 경협을 시도할 수 있고, 현금 대신 현물 위주의 농업 협력 사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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