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 韓·獨 청년 30여명과 '타운홀 미팅'… 통일·유라시아 주제로 토론]

-해병대 출신 한국 청년
"천안함 폭침 때 친구 잃었다… 도발하는 北에 한국인들 지쳐가"
-베를린자유大 청년들
"낯선 가치도 포용하는 게 통일… 한국, 당장 통일되면 15년후에 北출신 대통령 뽑을 준비됐나"

동서독·남북한 술로 '통일酒' 함께 나누며 "평화와 통일" 건배

"일부 한국인들은 북한을 증오하는 것 같다. 상대방을 증오하면서 평화통일을 바라는 건 모순이다."(클레멘스 루벤·23)

"지난 수년간 햇볕정책으로 유화책을 썼지만 돌아온 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다. 한국인들은 지쳐가고 있다."(엄희준·25)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원정대'가 11일 베를린자유대학 헨리 포드 기념관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산하 아산서원 졸업생 및 베를린자유대학 학생 30여명과 자유토론 방식으로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는 통일과 유라시아 시대를 주제로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토론에선 동북아 평화와 북한 김정은 정권, 천안함 사태, 유럽 통합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토론 후 가진 만찬에서는 한국과 동·서독 출신 학생들의 '통일주(酒) 만들기' 이벤트도 열렸다.

1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원정대원들과 아산정책연구원 산하 아산서원 학생들, 독일 학생들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원코리아’를 나타내고 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자유 토론에선 동북아 평화와 북한 김정은 정권, 유럽 통합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오종찬 기자
1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원정대원들과 아산정책연구원 산하 아산서원 학생들, 독일 학생들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원코리아’를 나타내고 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자유 토론에선 동북아 평화와 북한 김정은 정권, 유럽 통합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오종찬 기자
이날 토론에서 아산서원 졸업생인 정영주(23)씨가 "지금 독일 청년들은 통일 덕분에 자신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평화봉사단에서 근무하는 리하르트 게오르그(26)씨는 "이전 세대가 통일과 경제부흥의 터를 닦아놓아 지금 우리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병화(23·연세대) 원정대원은 "독일 통일 때 헬무트 콜 총리와 미국·소련·동독 지도자들 간의 친분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을 위해 북한·일본의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아야 하느냐"고 했다. 이에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연 슐츠카(23)씨는 "가능하다면 친밀해지는 게 좋다"면서도 "독일의 사례라고 맹신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북정책과 동북아 안보로 주제가 넘어가자 한·독 청년들 간 시각차가 엿보였다.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한 엄희준씨가 "우린 어려서부터 '북한은 주적(主敵)'이라고 배운다"고 하자, 독일 대학생들은 "직접 분단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왜 무작정 적으로 여기느냐"고 했다. 이에 엄씨는 "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친구를 잃었다"며 "북한은 신뢰하기 힘든 상대"라고 했다.

한국과 동·서독 출신 청년들이 토론 후 만찬에서 한국·독일 맥주와 북한 평양 소주로‘통일주(酒) 만들기’행사를 열었다. /오종찬 기자
한국과 동·서독 출신 청년들이 토론 후 만찬에서 한국·독일 맥주와 북한 평양 소주로‘통일주(酒) 만들기’행사를 열었다. /오종찬 기자
자유대 정치학연구소의 알렉산더 페니히(28) 연구원은 "만약 한국이 당장 통일된다면, 지금부터 15년 후 북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돼있느냐"고 물었다. 한국 학생들이 선뜻 답하지 못하자 페니히씨는 "동독 출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통치하는 독일이 지금 그런 상황"이라며 "통일이 되면 상대방의 낯선 가치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영주(22·성균관대) 원정대원은 "독일 학교에선 통일에 대해 어떤 교육을 해왔느냐"고 물었고, 마르틴 마르빈(22)씨는 "사회 교과서에 현대사와 통일에 대한 별도의 단원이 있다"며 "통일 관련 상식이 졸업시험에 나올 정도로 비중 있게 가르친다"고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베르너 페니히 자유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통일에 드는 비용을 걱정하기보다 분단으로 인해 생기는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진 만찬에서 '통일기원주 만들기' 행사도 했다. 동·서독 출신 학생과 원정대·아산서원생들이 미리 준비해온 동·서독 맥주와 한국 맥주, 평양 소주 등을 나눠 마시며 '평화와 통일'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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