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북한에 오는 19일 판문점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회담 의제에 대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고, 통일준비위 발족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월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도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이 받아들일 경우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고위급 남북대화 채널이 다시 가동된다. 1차 접촉은 북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정부는 이날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母子) 보건 지원 사업에 133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8·15를 계기로 우리 측이 먼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북한은 올 2월 이산가족 상봉 이후 대남(對南), 대미(對美) 관계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자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댔다. 그러면서도 9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하는 등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펴왔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대일(對日)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북도 남북 관계 개선의 문(門)을 먼저 통과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외교적·경제적 고립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대일(對日) 우회로 개척도 망상(妄想)이다. 북 정권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이 좋은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북은 이번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이 우리 관광객 사살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천안함 폭침 인정과 사과 조치를 취하면 곧 풀릴 문제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교통·통신 인프라 건설, 복합 농촌 단지 조성 같은 대북 지원 구상을 내놓았다. 북이 전략적 결단만 내리면 우리를 포함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이 쏟아질 길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결심을 미룰수록 활로만 점점 닫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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