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국제사이클연맹 브라이언 쿡슨 회장 인터뷰]

"자전거, 종교·정치·인종 넘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수단…
뉴라시아 원정대가 北 지나도록 北사이클연맹에 공식 요청할 것"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브라이언 쿡슨 국제사이클연맹(UCI) 회장. /김지호 기자
1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브라이언 쿡슨 국제사이클연맹(UCI) 회장. /김지호 기자
브라이언 쿡슨(63·영국) 국제사이클연맹(UCI) 회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 대장정'에 대해 "획기적인 발상"이라며 "수십년간 사이클계에 몸담았지만 자전거로 팀을 꾸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일은 사이클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며, 규모 면으로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보다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투르 드 프랑스는 매년 프랑스 전역(코스 길이 3000여㎞)을 일주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이클 대회다. 쿡슨 회장은 경기도 광명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주니어(18세 이하) 트랙사이클 선수권 대회에 세계 사이클계를 대표해 지난 10일 방한했다.

쿡슨 회장은 영국 사이클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7년간 영국사이클연맹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영국은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19개의 금메달을 땄고, 패럴림픽에서도 28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영국인 최초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2012년)도 그의 재임 기간 중 나왔다. 작년 9월 반(反)도핑 정책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국제사이클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 3선을 노리던 팻 맥퀘이드(아일랜드) 전 회장을 제치고 회장에 당선됐다.

쿡슨 회장은 자전거 평화 대장정 지원 의사도 밝혔다. 쿡슨 회장은 "자전거는 모든 종교, 정치, 인종을 초월해 함께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자전거 대장정이 북한을 지나갈 수 있도록 북한사이클연맹에 공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사이클연맹은 UCI 회원 중 하나다. 현재 자전거 대장정 행사는 북한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부터 한국까지 배로 이동하는 방안을 우선 모색 중이다.

쿡슨 회장은 "투르 드 프랑스만 해도 대회가 열리는 코스가 속한 마을에 관광 수익이 생기는 등 직간접 효과가 많다"며 "자전거 대장정도 1만5000㎞를 다니며 한국과 북한이 하나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쿡슨 회장은 "특히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누구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통합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는 쿡슨 회장은 11일 오전 구자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등과 함께 2시간 30분가량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주행했다. 숙소가 있는 구로구에서 시작해 안양천과 잠수교를 지나 LS용산타워를 반환점으로 도는 왕복 약 50㎞ 코스였다. 쿡슨 회장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아 많은 서울 시민이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한 번 놀랐고, 한강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된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며 "자전거 대장정 행사에 5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대한사이클연맹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자전거 인구가 10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쿡슨 회장은 자전거 대장정 참가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쿡슨 회장은 "굉장히 긴 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며 "자전거가 제대로 몸에 맞게 세팅돼 있는지, 체인에 문제는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원칙'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정 기간에 유라시아 국가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감상하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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