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개월여 만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북측에 선(先)제안한 것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재점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회담 성사 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과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이 '흡수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북측에 설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앞으로 1~2개월간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전격 대화 제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은 이달 중·하순 열리는 UFG 훈련을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훈련이 성사될 경우 백악관과 펜타곤에 핵탄두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반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참가를 공언한 상태다.

광복절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맞춰 남북 평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란 국내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북·일이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주도권과 장악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병기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2기 외교·안보 라인이 들어서면서 정부 내 대북 노선의 전환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는 회담 날짜(19일)가 한·미 연합 훈련인 UFG 시작(18일)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북측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날짜는 편한 대로 조정하라고 한 만큼 회담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못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24 조치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북측이 얘기를 꺼내면 경청하고 논의하겠지만 북측이 (천안함 폭침 사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 한 이번에 의견을 맞추기(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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