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가장 빠르다는 '베이징~평양 간 국제열차'로 평양~신의주 224.8㎞를 이동하는데 4시간 반 넘게 걸리더군요. 철도가 기술 종속성이 큰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북한철도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경원선 DMZ 트레인'이 이달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열차는 서울역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을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 번 왕복 운행한다. /김지호 기자
'경원선 DMZ 트레인'이 이달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열차는 서울역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을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 번 왕복 운행한다. /김지호 기자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직접 북한 열차를 타보고 난 뒤 밝힌 소회다. 한국의 고위급 공직자로는 2007년 이후 처음 평양을 방문한 최 사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열차를 타고 북한에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북한에서 철도는 여객의 60%, 화물의 90%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수송 수단이다. 10여개의 기간노선과 90여개의 지선으로 이뤄져 있는데 영업거리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규모가 크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전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 사장은 북한 철도의 현실에서 발전 가능성을 봤다. 남북 철도와 유라시아 지역을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본격 추진되면 철도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한국과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하나의 철도로 잇는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방안이다. 최 사장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가 구현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철도에 연결돼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남북 철도가 대륙과 연결되면 해상으로 4주 정도가 걸리는 수송기간을 15일로 단축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남북철도를 연결하면 통관수입으로만 연간 한국 1억 달러, 북한은 1억500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북 철도협력사업은 이미 첫 삽을 떴다. 작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때 양국 정상이 나진(북한)·하산(러시아) 물류협력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첫 성과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사(社)는 나진~하산 간 철도(54㎞) 개·보수, 나진항 화물터미널 건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측 지분 절반을 인수하기로 했다. 나진~하산 철도는 앞으로 남북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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