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온 ‘얼굴 없는 탈북 화가’의 개인전이 중국 공안의 봉쇄로 무산됐다.

탈북 화가 선무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오후 4시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한 공익미술관에서 개인전 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공안들이 행사 시작 전부터 미술관 입구를 봉쇄하면서 행사가 무산됐다고 28일 데일리NK가 보도했다. 왕징은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거 지역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들은 미술관을 봉쇄한 것은 물론 미술관 입구에 걸려 있던 대형 플래카드와 전시작품도 철거했다. 현장에는 북한대사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사들도 여러 명 목격됐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이번 개인전은 한국 교민들의 지원을 받아 '홍·백·남(紅·白·藍)'을 주제로 다음 달 26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선무는 한·중 양국 예술인들을 다수 초청해 개막식을 열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공안 당국이 선무의 작품 전시회를 무산시킨 건 그의 작품들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탈북자 출신 1호 화가’로 불리는 선무는 김정일을 풍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 상의와 신발을 착용한 김정일, 예수의 머리카락을 씌운 김정일,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김정일 등을 그려 큰 관심을 받았다.

선무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중국 공안이 전시회를 방해한 것”이라면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선무는 북한에서 선전 작가로 활동하다 1998년 두만강을 건너 2002년 한국에 정착했다. 홍익대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국내외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며 활동했다.

그가 ‘얼굴 없는 화가’가 된 것은 북한에 남아 있는 부모·형제가 피해를 당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 선무(線無)도 가명으로, 휴전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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