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北核 문제 사실상 손 놓은 셈
오바마, 전략적 인내라며 위기를 관리만 하고 풀진 않아
장관급 이상의 접촉 서두르고 제재·압력 등 방법도 고민해야

- 北, 미사일 쏘며 더 큰 것 준비
기술 개발하며 힘 비축하는 중… 연말쯤엔 모든 준비 끝낼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조엘 위트 방문교수는 "동북아 불안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 유발된 측면이 크다"며 "북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이미 실패로 끝난 만큼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북한과 고위급 접촉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north)' 운영자이기도 하다.

―동북아 불안 요인이 뭐라고 보나.

"영토 문제, 과거사 갈등, 군사적 대치 등 풀어야 할 이슈가 너무 많다. 북한의 위협도 커진다. 미·중 관계도 복합적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평선 멀리, 미래를 봐야 하는데, 하루하루 때우듯 한다. 위기를 관리만 하려고 하지, 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요즘 조용해졌다'며 뭔가 성과가 있는 듯 말했는데.

"(웃음을 띠며) 정말 북한이 조용해졌나? 북한이 대량 살상 무기 실험을 안 한다는 이유로 케리 장관이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은하 미사일보다 더 큰 것을 준비하는 것이 명백하다. 집이라도 걸겠다. 올해는 실험하지 않을지 몰라도, 연말까지 준비를 다 갖출 거다. 계속 기술을 개발하면서 힘을 비축하는 중이라 봐야 한다."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는 “북한은 각국의 이해관계를 악용하고 있다. 앞으로 대북 정책은 대화, 제재, 군사적 압력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다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윤정호 특파원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는 “북한은 각국의 이해관계를 악용하고 있다. 앞으로 대북 정책은 대화, 제재, 군사적 압력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다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윤정호 특파원
―최근 몽골에서 북한 측과 만나지 않았나. 어떤 분위기였나.

"미국과 접촉을 원하는 듯한데,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은 사실상 북한을 포기했다. 서로 의견 차를 줄여보려 했지만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제대로 접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측 간에 국무장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채널이 있어야 한다. 신중하고 아주 고차원적 접촉 채널이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눈에 보여야 대화하겠다고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적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나.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지난 6년간 북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잘못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체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선언했는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연설을 하고 외교관을 보낸다고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게 아니다. 외교·경제·군사 모든 것에 관여해야 하는데, 대통령 혼자 할 수는 없다. 북한과의 협상도 잘 안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강하게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걸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말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모든 나라가 이성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는 건가?

"그게 문제다. 대량 살상 무기뿐만 아니라 국지적인 긴장관계도 약화시켜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는 도발이 있어도 큰 틀에서 관리가 가능했다. 이런 식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관리만 하면 뭐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관리가 출발이다. 여기서 시작해 궁극적인 문제 풀기로 나가면 된다."

―최근 미·중 전략 대화가 있었는데, 성과가 없었다는 말인가.

"나도 그때 베이징에 있었다.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서로 다른 말만 했다. 북·중 관계를 생각할 때는 늘 미·중 관계를 함께 봐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미국은 자체적으로 북한을 제재할 거다. 그게 중국의 은행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좋아할 리 없다. 중국이 역으로 보복하면 미·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 일종의 치킨게임이다. 누가 먼저 길에서 벗어날지 나는 모르겠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서울 방문이 북·중 관계 악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시 주석이 평양을 가지 않은 것은 북한에 '핵개발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중국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무 희망적인 생각들이 많은데, 바라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

―한국은 북핵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웃으며)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끝이 없다. 일단 뒤로 물러서서 뭐가 가능한지 봐야 한다. 대북 정책은 완전히 망가졌다. 대량 살상 무기 개발과 관련한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을 쏴도 유엔은 성명만 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말할 때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북한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6자회담 같은 방식은 아닌 것 같은데.

"6자회담에 기대 거는 사람이 누가 있나. 중국도 비관적인 듯하다. 미국은 관심이 없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가까워지려고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 성과가 있을 수 없다. 특히 북한은 각국의 이해관계를 악용해 뭔가를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나.

"외교적 대화, 제재, 군사적 압력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다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이슈를 미국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과는 물론이고, 중국, 북한과 아주 심각한 수준의 대화를 해야 한다."

―미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인데.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다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한국은 외교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지려고 하니, 좋을 리가 없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유대는 엄청나다. 미국이 군사적으로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동북아 상황에 그냥 반응만 한다. 너무 많은 일이 글로벌 파워라는 미국에 일어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역내(域內) 위협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중국 내부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조엘 위트 교수는]

美국무부서 10년간 대북정책 담당… 美·北 협상 경험 풍부

조엘 위트는 ‘38노스(north)’를 설립했다. 38노스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다.

그는 국무부에서 대북정책만 10년 이상 맡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북한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설립에 중요 역할을 했고, 미국·북한 협상에도 자주 나갔다. 구소련과의 전략무기 감축협상도 도왔고, 핵무기를 없애는 ‘넌-루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동북아 안보, 북한, 핵 비확산 관련 기고가 많다. 컬럼비아대에서 학사, 버크넬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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