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부가 25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 "동북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도 얼마 전 신화통신을 통해 "사드의 한국 전개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중·러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드는 최대 탐지 거리 1800㎞인 지상(地上)의 X밴드 레이더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고도 40~150㎞에서 요격하는 무기 체계이다. 국내에서도 좌파 진영이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을 억제하지 못하고 대(對)중·러 관계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한국이 미국 주도의 MD(미사일 방어)에 들어가는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MD든 사드든 가릴 형편이 아니다. 북핵으로 인해 직접 생존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도 아니고 바로 대한민국이다. 얼마 안 있어 북이 핵을 실전 배치하게 되면 우리는 명줄을 잡힌 채 살아가야 할 처지다. 그런 나라에서 최우선의 과제가 북의 핵미사일을 막는 것 외에 달리 있을 수가 없다. 나머지 정치·외교적 고려는 전부 그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체제는 북 미사일이 최종 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는 없다. 날아오는 미사일이 핵미사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최종 낙하 단계에 앞선 상승 단계와 중간 비행 단계에서도 요격 기회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드가 바로 중간 단계 요격 체계다.

한국에 배치된 미사일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남한의 훨씬 북쪽에서 발사돼 알래스카 방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한국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뒤따라가 요격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국방부도 "사드의 작전 범위가 한반도를 넘지 않기 때문에 중·러에 직접적 군사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정부와 군은 MD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오로지 북핵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느냐만을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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