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 2014.7.16/뉴스1
한민구 국방장관. 2014.7.16/뉴스1

지난달 30일 취임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북한을 겨냥한 과격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며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온화한 이미지 탓에 강골로 이름난 전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 비해 북한의 도발에 소극적이라는 그간의 평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취임 24일째였던 지난 23일에 북한 전략군에 대한 맞대응격으로 지난 3월 창설된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비공개로 방문해 "명령만 내리면 적의 어떠한 표적도 타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미사일사령부는 우리 군이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 500㎞ 탄도미사일 등 각종 유도탄 기지를 지휘. 통제하는 사령탑이다.

2006년 창설된 유도탄 사령부를 올해 확대 개편한 것으로 향후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나 핵미사일 탐지체계인 킬 체인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특히 국방부는 한 장관의 미사일 사령부 방문 당시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리 군의 신형탄도미사일 현무-2가 배치된 모습까지 노출했다.

현무-2는 사거리가 300km로 북한의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됐으나 실전 배치된 모습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이 미사일 등 실전 배치된 무기들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 역시 이번 현무-2가 처음이라고 할만큼 극히 이례적이다.

한 장관은 앞서 20일에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체제 생존까지 각오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사실상 북한을 강하게 위협했다.

방송이 나가자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발언을 두고 '전면전'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나아가 '체제 생존'까지 거론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너무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장관 취임 6개월여가 지나서야 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했던 전임 김 국가안보실장에 비해 취임 20일만에 방송에 나와 북한을 자극할 수 밖에 없는 과격 발언을 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한 장관 발언에 대한 진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체제 생존이라는 말에는 도발 시 북한의 경제적 손실을 포함한 여러가지의 의미가 포함 돼 있다"며 "어떤 상황을 가지고 미리 (전면전 등을)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북한의 어떤 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한 장관 발언 이틀 뒤인 22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한 장관을 '미친개', '얼간 망둥이' 등으로 지칭하면서 "북남관계 개선의 출로를 여는가 마는가 하는 심각한 시기에 한민구와 같은 무지스러운 자들 때문에 전면전쟁의 불길이 치솟지 않는다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게 됐다"고 반발했다.

북한의 공식 매체가 한 장관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군 당국은 다음날 "북한이 우리 국방장관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해 망언 수준의 발언을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 장관이 미사일 사령부를 방문하고 현무-2의 배치 사진까지 공개한 것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원색적 비난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사거리가 500km인 스커드 미사일을 역대 최남단이자 군사분계선 코 앞에서 쏘아대는 등 대남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 군 최고지휘권자인 한 장관이 전략 부대로 분류돼 한동안 존재 자체가 비밀리에 부쳐지기도 한 우리 군의 미사일 지휘 사령탑을 방문한 시기가 맞물린데 따른 해석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취임 후 계속되는 한 장관의 강경 행보에 대해 "장관이 취임 직후 대표적인 예하부대를 종류별로 초도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최근 계속되는 강경 발언은 강골로 이름난 전임 김 실장에 비해 온화한 외모 탓에 나온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체제'까지 건드린 것도 강한 임팩트 효과를 주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다.

신 대표는 다만 "금번 미사일 사령부 방문에서 노출시킨 현무-2의 실전 배치 모습은 이미 미사일이 지난해 군인의 날 퍼레이드에서 공개됐기 때문에 군사 정보적 가치는 없다"며 "북한이 최근 스커드 미사일 발사 이후 언론에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장면을 공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시각에 대해 "한 장관의 미사일 사령부 방문은 북한의 목표가 대남적화통일인만큼 항상 대비해야 하기에 북한의 도발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한다는 차원"이라며 "북한의 말 정도의 수준은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무-2 배치 사진 공개와 관련해서는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의 방문이었기 때문에 텍스트 자료만 나가면 아무래도 보도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어 현장 사진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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