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국을 방문했던 북한 응원단. © AFP=News1
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국을 방문했던 북한 응원단. © AFP=News1

북한이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의 파견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응원단의 숙소로 대형 선박인 '만경봉 92호'를 인천항에 보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지난 1992년 취항한 '만경봉 92호'는 과거 재일교포의 북송사업에 쓰이던 만경봉호를 대체해 북-일 간 교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선박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400억원 정도의 성금을 모아 선물한 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만경봉 92호가 남측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2년이다.

첫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관계가 완연한 해빙모드를 유지하던 당시 부산 아시안게임을 맞아 만경봉 92호는 처음으로 남측에 파견된 응원단 288명을 싣고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했다.

특히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들 응원단이 만경봉 92호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9700톤 규모의 만경봉 92호는 내부에 식당 및 영화관, 오락실, 목욕탕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만경봉 92호에 평양 옥류관의 냉면 재료를 공수해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당시 만경봉 92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최근 북-일 스톨홀롬 합의로 만경봉 92호의 일본 재취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만경봉 92호는 강원도 원산항에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만경봉 92호가 인천항에 입항 할 경우 동해-남해를 거쳐 서해를 타고 인천까지 올라오는 장거리 코스를 지나게 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북한의 주장이 남측 전역을 둘러 오는 동안 대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선전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남북 경제협력 등 교류중단 조치인 2010년의 5·24조치로 인해 북한 선박 및 항공기의 우리측 입항, 입국은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만경봉 92호가 인천에 입항할 경우 5·24조치 이후 남북을 오간 '첫 운항'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에선 만경봉 92호가 남측 전 해상을 고루 돌아와 입항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같은 선례를 남김과 동시에 선전 효과도 누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만경봉 92호의 일본 입항이 최근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의 일부 해제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나름의 시위 및 과시 효과를 위해서라도 북한이 만경봉 92호의 인천 입항을 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정치적 이유 말고도 북한 입장에서도 만경봉 92호를 숙소로 쓰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응원단이 고려항공을 이용해 입국해 시내 숙소에 머물렀던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에선 응원단의 체류관리에 있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측은 남측 환경에 대한 노출을 꺼려 우리측이 마련한 숙소에 있던 TV와 잡지 신문 등을 모두 치워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만경봉 92호의 경우 우리측 인원의 출입을 막으며 자체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반면 시내 호텔 등을 이용할 경우 경호 등의 문제로 우리측 인원의 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도청 등에 대한 우려도 북한의 입장에선 불편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한편 북한이 350명 규모라고 밝힌 응원단의 면면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회기간 내내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인 리설주가 2005년 파견된 응원단에 인재 양성기관인 금성학원 학생의 신분으로 포함됐을 정도로 북한 응원단은 높은 선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한 대북소식통은 "응원단 선발에 있어 신분은 당연하고 그 다음 기준은 외모"라며 "외모를 중심으로 선발한 뒤 응원 연습을 시키기 때문에 이미 두달여전부터 응원단이 선발돼 있었을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20일 북한 매체에 보도된 김 제1비서의 아시안게임 파견 축구 대표팀 연습경기 관람에서 김 제1비서가 "그동안 훈련을 잘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북한이 이미 상당기간 동안 대회 참가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북한 응원단의 선발된 일부 인원의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남측 파견을 계기로 '자본주의 사회'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 해 뇌물을 써서 응원단에서 빼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과거 파견됐던 응원단의 구성원 일부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남측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처벌을 받았다는 주장이 일부 매체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응원단에 파견되는 인원들의 경우 소위 '성분이 좋은' 집안일 경우가 많아 오히려 남측 파견으로 인해 불거지는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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