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새벽 개성 북쪽 지역에서 사거리 500여㎞ 내외의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미사일들은 모두 동해 공해 상에 떨어졌다. 지난 9일 황해도 평산에서 동해 상으로 스커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 나흘 만이다. 북한은 지난 2월 21일부터 이날까지 14차례에 걸쳐 300㎜ 신형 방사포와 스커드·노동 등 모두 97발의 중·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이번 발사는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2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뤄졌다. 지난 9일 DMZ로부터 40여㎞ 떨어진 곳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쏜 것보다 더욱더 남쪽으로 내려왔다. 북한이 이 정도로 군사분계선 가까이 내려와 미사일을 쏜 것은 처음이다. 결국 한반도에 군사 긴장을 높여 한·미·중에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북의 이런 행동은 최근 들어 뜻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북이 앞으로 도발 수위를 더 높이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북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1일 부산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겨냥한 시위로도 보인다. 미사일 발사를 철저히 숨기다 휴전선 바로 앞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사거리로 발사한 것에서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번에도 북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알아내지 못했고, 발사 후에야 탄도유도탄 조기경보 레이더(그린 파인)로 포착했다고 한다.

우리 군의 대북 핵·탄도미사일 제압 체계, 이른바 '킬 체인(Kill Chain)'의 1·2단계는 '정찰 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1분 내에 북 위협을 탐지하고 1분 내에 식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을 숲 속이나 건물 안에 숨겨놓았다가 발사 후 재빨리 숨는 식으로 감시를 피하고 있다. 그렇다면 '킬 체인'은 첫 단계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위협과 압박은 심각해진다. 북한이 최근 들어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킬 체인'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과시하는 것이다.

북의 김정은은 거의 매일 군부대를 돌면서 전쟁놀음만 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도 정치·군사적 전술의 일환일 뿐이다. 이런 비정상 정권의 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군은 '킬 체인'만 내세우고 있다. 국민에게 안보 비상인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더 현실적인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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