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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천국 북한, 무상치료제의 결과는 참혹했다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의 북한통신 18편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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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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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최근에 북한에 홍역이 창궐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름조차 모르는 홍역이 북한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한차례씩 지나가곤 하는데 북한에서 어떤 어려운 일을 겪으며 죽음을 당할 정도로 힘든 것을 비유할 때 ‘홍역을 치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북한에서 홍역은 일상적인 질병이자 무서운 질병이다. 2009년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조사한 결과로는 탈북민들 중 북한에 있을 때 홍역, 파라티브스, 장타부스 등 각종 전염병에 걸렸던 비율은 13%였는데, 한국에 온 이후에는 전염병 발생율이 0%였다.

북한은 사회주의 예방의학과 무상치료제를 김일성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면서 일제 강점기에 대한 영화들을 제작했다. 이런 영화는 홍역이나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 일제가 그 마을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키고 전염병이 발생한 집 사람들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후 불을 질러 집단학살을 하는 장면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러면서 홍역이나 전염병이 발생한 집은 원래 사람까지 모두 불태워 없애야 하지만 사람 중심의 사회주의 북한에서는 인명을 소중히 생각하여 비싼 백신주사를 맞게 해준다고 선전했다.

홍역은 한번 앓고 나면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에도 예방접종제도가 생겨 홍역을 비롯해 결핵, 천연두 등의 예방주사를 놓아준 적이 있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 경제난이 시작되자 이 제도가 지방에서부터 점차 사라졌다. 지금은 예방접종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 배급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예방접종이 이뤄지던 시점에 출생한 아이들 가운데서도 백신을 맞았지만 성인이 되어 홍역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성인이 되어 홍역에 걸리면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심해진 1990년대부터는 예방 백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휩쓸고 지나가는 홍역, 장티브스, 파라티브스, 콜레라, 발진티브스같은 전염성 질환으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다.

북한에서 홍역이나 콜레라, 장티브스,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취하는 가장 쉬운 대책은 전염병이 발생한 집과 지역에는 출입금지조치를 하고 여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이웃동네조차 방문이 금지된다. 홍역이 발생하면 국내에서조차 이동이 차단되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외지에서 장사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여행을 단속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출장 때에도 해당진료소나 위생방역소가 발급하는 ‘위생통과증’이라는 것을 여행증명서와 함께 지참해야 하는데 시급할 경우에는 이 통과증을 받기 위해 엄청난 뇌물을 주어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통과증 발급 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호기(好機)를 만난다.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사람들은 세도가 하늘을 찌른다. 국가 공무로 가는 출장도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담배 한 갑이라도 줘야 한다. 그런데 홍역이라든가 콜레라, 발진티브스, 장티브스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여행증명서가 있어도 ‘위생통과증’이 없으면 기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올랐다가도 끌려나오게 된다. 그 때문에 ‘위생통과증’을 위한 뇌물은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그만큼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전염병이 걸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진단서만 발급하고 약이 없기 때문에 장마당(시장)에 가서 약을 사먹으라고 알려주지만 장마당에서 약을 파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약은 밀거래를 통해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병원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내려오는 약을 몰래 빼내 시장에서 팔거나 뇌물을 받고 구해주게 된다.

뇌물을 주거나 비싸게 돈을 주고 사더라도 아는 사람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진짜 약을 구할 수 있지만 장마당에서 구입하는 경우에는 비싸게 구입을 해도 가짜 약이거나 유통기간이 훨씬 지나서 못쓰게 된 약들이 많다. 장마당에서 약을 구해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었다가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병원에 가봐야 의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진료는 물을 끓여먹으라는 말과 함께 장마당에 가서 약을 사먹으라는 것이 전부다. 해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돈 없고 권세 없으면 병에 걸려도 약 한 첩 써보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자 사회주의 예방의학, 무상치료제가 가져다 준 가혹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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