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 중 정상회담은 향후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정상은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공유한다고 밝혀왔는데, 이번에는 ‘확고한 반대’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대북 압박수위를 더욱 높였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밝힌 통일구상을 지지했습니다. 북한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조치 등을 담은 드레스덴 통일구상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지지표명은 통일문제에 관한 남측입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두 정상은 그동안 추진해온 한, 중 FTA에 관해 협상을 연말까지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남한의 자동차, 전자 및 화학제품들이 무관세로 중국시장에 들어가고 또 중국산 농산물들이 남한시장에 자유롭게 들어옴으로써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강화됨은 물론 동북아 경제통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한, 중 정상회담을 지켜 본 북한당국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함은 물론 중국에 대한 배신감이 증폭될 것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며칠 전 “핵 포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허황한 개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흡수통일로 규정해 온 북한 입장에서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지지한 시 주석의 태도를 보면서, 중국에 대한 치솟는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한, 중 관계발전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향해서는 납치자 문제 해결에 전례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나진, 핫산 지구 공동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주요 석유 수입국인 중국을 멀리하고 일본과 러시아에 접근할 경우, 그것이 과연 북한의 국익(國益)에 도움이 되겠느냐는데 있습니다. 한, 중 관계는 “두 나라가 한배에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처럼 신뢰에 기초하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뢰는 두 정상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다섯 번이나 만나면서 축적되어 왔습니다. 반면 일본의 아베 정부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앞세워 북한과 대화를 하는 배경에는 다분히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역사왜곡, 집단적 자위권 추진, 군사대국화 방향으로 치달음으로써, 국제적 고립이 심해지자 이를 탈피할 목적으로 북한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앞으로 납치자문제가 자기들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처럼 비정상국가로 낙인이 찍힐 경우 일본은 북한 카드를 언제고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일본과 ‘위험한 동거’ 관계에 들어서 있는 셈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같은 냉혹한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알지 못하고 남한과 중국에 계속 등을 돌릴 경우, 입게 될 정치적 손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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