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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 김일성 유훈통치와 김일성 향수정치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의 북한통신 17편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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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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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슬픔이라고 표현했던 조선중앙방송의 부고 소식이 나왔던 때로부터 20년이 되었다. 김일성의 사망소식에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청천벽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아연실색한 표정이었지만 그때에도 북한에는 김일성의 죽음을 환영하는 세력이 있었다.

내가 살았던 북한 양강도 혜산시 위연동에는 하얀 분필로 비포장도로의 길바닥에 “김일성 동지가 죽었다! 만세!, 만만세!”라는 낙서가 그려졌고 시내의 공동화장실 벽에도 김일성의 죽음을 축하하는 낙서가 등장했다.

물론 그 당시까지 북한 절대 다수 주민들에게 김일성은 신과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그의 죽음이 쉽게 인정되지 않았던 것도 현실이었다. 지나치게 충성심에 불탔던 사람들 중에는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김일성을 따라 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김일성의 사망은 북한주민들에게는 일대 전환점이었다. 또한 엄청난 숙청의 계기이기도 했다.

양강도 혜산에 있는 혜산 농림대학 14명의 교수들이 하루 아침에 임산노동자로 추락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1990년대 초 김정일은 북한이 남한에 비해 박사가 적다고 하면서 박사학위자들을 늘이라는 방침을 내렸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따라 북한 대학에서는 졸업논문을 잘 쓴 학생들에게 후보준박사학위를 수여했고 준박사, 박사 학위 수여 기준을 대폭 낮춰 많은 사람들이 박사학위를 받도록 했다.

이때 혜산 농림대학에서도 현직 교수 14명이 한꺼번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쁨을 나누기 위해 뒷풀이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한 사람당 현금 얼마, 쌀 얼마씩 나눠 내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시장에서 비싼 술과 고기, 식용유, 채소 등을 사서 음식을 만들어 놓고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는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1994년 7월 9일이었다.

김일성은 1994년 7월8일에 사망했고 사망 발표는 그 다음날인 7월9일 정오 12시에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기쁨에 맛있는 음식으로 소위 ‘목의 때를 벗겨야겠다’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부고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토론을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토의 끝에 “아버지가 사망해도 밥은 먹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하고 동의를 했고 께름칙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음식을 먹고 나서 3개월 후인 그 해 10월 박사학위 취득 뒷풀이에 참가했던 14명의 교수들은 전원 출당 조치를 받고 임산노동자로 추방되었다.

김일성 사망 후 3년동안 심화조라고 하는 괴물조직에 의해 숙청당한 북한주민들은 2만명 이상이다. 살아있는 김일성에 의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범으로 몰려 숙청당했지만 죽은 김일성 때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숙청당하고 공개처형된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 후 3년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주석직을 비롯한 김일성의 생존 시 직책들을 공석으로 둔 채 유훈통치하며 북한주민들을 짓눌렀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 역시 김일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붙잡고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현재의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인 자유를 누리며 인권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김일성을 버려야 하고 김일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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