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BBC, 워싱턴 포스트, 아사히, AP, 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은 15일부터 시작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50년 만의 해빙’으로 크게 보도하고 있다. 대부분 상봉 현장 소식을 충실히 전하면서 남북한 분단상황이 역사적 전기를 맞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 언론들은 상봉가족 선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번 행사가 1회성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CNN은 17일 “이산가족 재결합은 남북한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돼 온 교착상황 중 정서적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며, “나흘 간의 재결합은 지난 40년대와 50년대 상실했던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16일 ‘한국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이산가족 중 재혼한 부인과 전 남편의 미묘한 관계, 가족 상봉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고령자들의 이야기 등을 사례별로 소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눈물로 반세기 이산을 끝내다’라는 기사에서 “왜 이제야 왔니, 너무 늦게 왔어” “어머니 그렇게 어려운 세월을 사셨군요. 말문이 막힙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 너무 고맙다. 그래, 자전거는 샀니”라는 모자의 대화를 그대로 소개,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또 북한 이산가족을 만난 남한 가족들이 양말, 내의, 사진첩, 시계, 보석, 약품, 미국 달러 등 선물을 준비했으나, 선물을 본 북한 가족들은 영어가 적힌 물건을 사지 말 것과 이미 산 물건은 영어 상표를 떼라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같은 날 장문의 기사를 통해 서울과 평양에서 벌어진 이산가족들의 눈물어린 상봉 장면을 상세히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 거주 한국 교민 찰스 김씨의 말을 인용, “왜 50년 만에 만나야 했던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 ‘바보 같은 선(38선)’을 넘는데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리게 했는가”라며 한국인의 분노와 회한을 함께 전했다. LA타임스는 또 북한 방문단이 남한 방문단과 대조적으로 옷을 잘 차려입었으며 상대적으로 활달하고 단정했다고 비교했다. 신문은 북한 방문단은 80세 이상 고령자가 단지 3명이지만 남한 방문단은 23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17일 “남북한이 이산가족 방문을 제도화하는 것은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과제”라며 이번 상봉이 일과성 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사히(조일)신문도 이번 작은 만남이 앞으로 큰 걸음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남북한 합의대로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면 일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본도 가능한 한 이 사업에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날 ‘국제 재판소가 있다면 한국의 군부독재자들과 북한 김일성은 심판대에 서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 대통령의 용기에 감동받은 김정일 위원장이 빼앗긴 세월을 종식시키는 일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6일 이산가족 상봉으로 한국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감소되기 시작했다며, 이런 남북 상호신뢰 구축작업들은 외국인의 투자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16일 이산가족 상봉을 바라보는 납북어부 가족들의 통한을 소개했다. 통신은 가족 상봉을 하지 못한 납북자 가족 수백명은 TV를 지켜보며 자신들이 무시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3년 전 아버지가 납북된 최우영씨는 “이것은 불공정하다. 우리 정부는 우리 문제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한국의 미전향 장기수 북한 송환에 대한 합의가 있으나 북한거주 국군 포로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으로 납치된 납북자가 6·25 종전 후 지금까지 3756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어부들인 454명만이 송환됐으며, 아직도 북한에 늙어가는 국군 포로 수백명이 남아있다고 한국 정부와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한반도의 냉전 빙벽을 깨뜨렸다’는 제목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감동적인 장면을 소개하는 한편, 지난 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 대규모 이산가족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국제면의 3분의 2를 이산가족 상봉 소식으로 채웠으며,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 저명 과학자 이승기(이승기)씨 부인 황의분씨의 가족 상봉 소식과 김대중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이야기 등을 간략히 전했다.

/여시동기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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