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1월 '중대 제안'과 사실상 다른 내용 없어"
시진핑 中 주석 방한과 北-日 협의에 따른 대외적 유화 메시지 전달 의도에 무게

북한이 30일 지난 1월 이후 5개월여만에 국방위원회를 통한 대남제안을 재개했다.

북한은 지난 1월16일 국방위의 '중대제안'을 통해 △상호간 비방중상 중단 △한미군사연습을 포함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및 서해 5도 주변 자극행위 중지 △미군의 핵무기 반입 금지를 포함한 핵 재난 방지를 위한 상호 조치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같은달 24일엔 '공개서한'을 통해 중대 제안의 수용을 재차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국방위가 발표한 '특별제안' 역시 내용면에서 볼 때 앞선 두차례의 국방위 제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의한 △7월 4일을 기해 비방중상 전면금지, 서해 5도 등 군사적 긴장 구역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7월 7일을 즈음한 화해와 협력의 실제적인 조치 등은 과거 제안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나온 시기로 봤을 때 남북관계의 전환 자체보다는 내달 3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방한 및 내달 1일로 예정된 북-일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나온 대외적 유화 메시지 전달이라는 의도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제안에서 "7월7일을 즈음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하며 고위급 접촉의 재개를 원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기는 등 실질적인 대남 제안의 의미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김일성 주석은 20년 전인 1994년 7월7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서명한 바 있으며 북한은 최근들어 부쩍 이를 남북관계에서의 정치적 주요 일정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북남사이에 활발하게 벌어질 여러가지 교류와 접촉의 사전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던가 "7월부터 북남사이에 예견되고있는 여러가지 화해와 협력에 관한 정치실무적 일정들이 여론화됨에 따라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열기는 막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라며 이번 제안의 배경을 밝힌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의 공식기구가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종목 참여를 밝힌 이후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이 이번 대회 참여에 대해 향후 남북관계 진행방향에서 나름의 의미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남북은 지난 한주간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 재개를 위한 민간 접촉과 대북 산림녹화 사업 재개를 위한 남북 민간접촉을 가진데 이어 1일 개성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사업 재개에 대한 민간협의를 승인하는 등 5.24조치 이후 중단된 민간교류를 재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가 이러한 일련의 민간 접촉에 대해 "'5.24조치 유연화'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는 등 낮은 단계에서의 대화 국면 전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비방중상 합의, 군사행동 중단 등 연초 현정부들어 남북 간 유화모드가 최고조일 때 들고 나왔던 제안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의 합의사항을 재차 강조하며 "북남사이에 예견되고있는 여러가지 화해와 협력에 관한 정치실무적 일정"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제안을 선뜻 수용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월 국방위 중대제안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도 "이날 제안은 앞선 두차례의 제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정부가 이번 제안에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북측이 추가적인 고위급 접촉을 제안할 경우와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북-일 협의의 진행상황에 따른 돌발변수가 제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히 상황을 주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통일부를 통해 이번 특별제안에 대한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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