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최근 통일과 관련된 금융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통일 구상’을 발표한 뒤 금융권에도 ‘통일금융’ 바람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통일기금 조성을 위해 이자 일부를 자동 기부하는 ‘우리겨레 통일패키지’를 선보였다. 입출식 통장, 정기예금, 펀드로 구성된 금융상품 패키지로, 이자 가운데 우대금리를 통해 받은 이자나 펀드 운용 수익 중 40%를 대한적십자사에 자동 기부해 통일기금 조성에 기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과 대한적십자사는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 상품을 출시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25일 ‘KB통일기원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1~3년제 적금으로, 통일과 관련된 활동 등에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고객이 통일희망 메시지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기념해 가입 기간에 따라 ‘통일 물결 우대이율’도 적용한다. 실향민이나 북한이탈주민, 통일부(통일교육원)의 캠프 수료자와 어린이·대학생 기자단, 개성공단 입주업체 임직원 등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통일실천 우대이율’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 상품의 만기이자(세전)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 비용으로 대북 지원사업·통일 관련 단체 등에 기부한다.

앞서 중소기업은행(024110) (13,150원▼ 50 -0.38%)은 ‘IBK모란통장’, ‘IBK진달래통장’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에게 친숙한 꽃 이름을 사용한 통장 이름을 선점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북한이탈주민 대상 패키지형 창업대출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 밖에 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통일 관련 금융상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기관들의 통일금융 주도권 다툼도 거세다. 수출입은행은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산업은행도 조사분석부와 프로젝트금융, 국제금융부서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기업은행도 IBK경제연구소 내에 ‘IBK통일금융 전략TFT’를 설치해 독일 통일금융 사례를 연구하고, 상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3월부터 통일금융연구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단발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면서 우후죽순 생겼던 ‘녹색금융’ 상품은 최근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품은 아예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한 ‘정부 보조 맞추기’ 경쟁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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