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북한의 전력난을 지목한다.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통일 한국으로 동북아시아의 경제번영을 이루겠다는 구상도 전력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력난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지난해 1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새터민 설문조사 결과, 2011년 북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171만1000TOE(석유환산톤)로 1985년 소비수준인 409만9000TOE보다 5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남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2162만1000TOE)의 7.9%에 불과하다. 실제로 북한에서 전기는 하루 한 두 시간 조명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열등과 형광등의 일 평균 사용 시간이 각각 1.9~3.7시간에 불과하다. 전기 공급이 초저녁에 잠깐 이뤄질 뿐이라는 얘기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중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몽골 간의 수퍼그리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러시아·몽골 등지에서 생산된 전력이 한국과 일본 등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규모 송전시설이 설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송전로가 지나가는 북한 역시 전력공급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만성적인 전력난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구축되면 몽골의 초원과 중국의 고비사막 등에서 풍력·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기가 중국·일본·한국 등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구축된다. 또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 지방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선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국 내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게는 전력공급의 활로가 뚫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 발전소와 폐기물처리장을 짓지 않고도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을 위해서는 나라마다 서로 다른 전력공급 체계를 일원화하는 기술적인 노력뿐 아니라, 전력망 연결을 정치적 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조선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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