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장관은 14일 문화관광부 출입기자들에게 언론사 사장단 방북 성과와 문화 예술, 언론 교류 추진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했다”고 말하고, 방북 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독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공항영접과 방북단 환대=박 장관은 북한의 방북 사장단에 대한 대접을 “상상을 초월하게 극진했다”고 표현했다. 방북단 전원에게 벤츠 승용차가 제공됐으며, 박 장관과 최학래(최학래) 신문협회장·박권상(박권상) 방송협회장에게는 특별히 벤츠500 리무진이 제공됐다. 박 장관은 “북측 인사로부터 ‘벤츠 리무진 3대는 어느 국가대표에게도 한꺼번에 제공한 선례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식량난과 전력난=김정일 위원장은 방북단에게 “100년 래 아주 큰 가뭄이 들어 저수지에 물이 없다. 그래서 현지지도를 많이 나간다. 금년 농사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박 장관은 “닭공장에서는 닭 외에 돼지와 오리도 키우는데 지역마다 닭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함북 대흥단 감자농장은 국가 지원 아래 엄청난 규모로 지어지는 등 식량난 타개를 위해 거국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두산 명승지 리명수 계곡의 한 현지 관광안내원은 계곡을 찾은 방북 언론사장단에게 “리명수 계곡에 있는 46개의 폭포 가운데 10개를 수력발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 북한이 전력난 타개를 위해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드니올림픽 단일팀 구성=박 장관은 장웅 북한IOC위원에게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제안한 시드니 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으나 장 위원장은 “북과 남이 IOC 깃발 아래 각자의 깃발을 들고 함께 입장하면 민족의 분열상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박 장관이 “한반도 기를 앞세우고 입장하자”고 수정제안하자 장 위원장은 “첫 제의이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문화·예술 교류=김 위원장은 이미자 김연자 조용필 남진 김세레나 은방울자매 등을 좋아하는 가수라고 말했으며, 특히 이미자씨와 김연자씨는 박 장관이 크리스마스 때 동행 방북해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먼저 목란관에서 보고 품평을 한 뒤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내가 만나면 쑥스러우니 박 장관이 함께 와서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능수 문화상에게는 비무장 지대 문화재와 생태계 조사 및 예술 교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 문화상은 “우리 춘향전 가극이 정치성 없으니 남측에서 공연하고 남측 것도 북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백두·한라산 교환관광=12일 오찬장에서 박 장관은 김 위원장과 백두산·한라산 교환 관광을 합의하고 교환 관광객 수를 각각 100명으로 하기로 했다.

◆종교계 방북=지난 5월 방북이 성사될 뻔 했다가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무산됐던 김수환 추기경의 방북이 다시 추진된다. 또 정진석 대주교의 방북과 관련, 박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로마 교황 바오로2세가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 정 대주교의 방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남측의 7대 종단 종교 지도자를 방북초청키로 해 문화부가 실무를 추진키로 했다.

◆조선일보 입북 취재 거부 관련=박 장관은 북측의 여러 사람들에게 남한의 언론자유를 강조하는 김 대통령의 뜻을 전하며 북측의 조선일보 취재거부 해제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대통령의 강력한 뜻을 먼저 김용순 비서에게 전했으나 ‘조선일보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길래 김정일 위원장에게 별도로 설명했다”며 “김 위원장이 ‘어떻게 해 달라는 얘기냐’고 묻길래 ‘29~31일 장관급 회담 때부터 북측 취재 허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알았다”고 하자 박 장관은 “그럼 김용순 비서에게 지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박 장관이 보는 앞에서 “취재를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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