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민들 자료사진. /조선일보DB
북한 농민들 자료사진. /조선일보DB

북한이 개인영농제에 가까운 농업개혁을 단계별로 실시하면서 작업 효율성 증대와 식량 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민에게 자기 땅을 나눠주어 경작에 대한 적극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평안북도의 한 중급 공무원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포전관리제(분조관리제)를 골자로 한 농업개혁 1단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현재 일인당 1000평 규모의 토지가 부여되고, 이 토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개인과 국가가 6대 4의 비율로 나누게 된다”고 전했다.

포전관리제는 협동조합을 기초로 이뤄지는 북한 농업제도에 개인영농제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한 개혁 조치다. 20명 정도로 이루어진 ‘분조’(협동농장의 말단 단위)를 3∼5명 단위로 분할해 일정한 포전(논밭)을 나눠준 뒤, 생산량의 일정비율만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농민 개인이 소유·처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포전관리제에 따라 경작한 땅에서 난 생산물 중 국가에 바치고 남은 부분은 농민 개인이 시장에 직접 내다 팔거나 시장 가격으로 국가의 수매기구에 넘길 수 있게 된다. 협동조합에 속한 국가토지에서 일할 때는 각 분조의 '노동 점수'에 따라 식량을 분배하기 때문에 개인별 분배량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면 노력에 따라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소식통은 “처음에 농민에게 1000평 규모로 땅을 나눠줬다가 효과가 나타나면 다음 해부터 점차 포전의 규모를 늘려나가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이 농업개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단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 개인에게 토지를 대량 분배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그는 “분조관리제 도입을 3단계로 정하고 올해부터 3년 사이에 농업개혁을 전면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농촌 총동원에 투입됐던 남포시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농민들은 여전히 협동농장에 소속돼 하루 8시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면서도 “농민들은 자기가 부여받은 토지를 아침, 저녁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RFA는 북한 당국이 농업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적극성을 높여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동시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주의를 막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사상교육 역시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농업 전선은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이며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에서 힘을 집중해야 할 주타격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5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우리 당은 농업 전선을 사회주의 수호전의 제1제대 제1선 참호로 내세우고 있다”며 전투적인 표현으로 농민들에게 식량증산을 독려했다.

이는 농민들에게 혜택을 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게 하면서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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