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북한 금강산 신계사에서 남북합동다례재 봉행 예정
"특정 스님 공동 추모는 처음…불교계 교류 활성화 기대"
"서산대사 국가 차원 제향 추진…9월 묘향산 보현사 방문"

만해 한용운 스님.© News1
만해 한용운 스님.© News1
남북 불교도가 만해 한용운 스님(1879.8.29~1944.6.29) 열반 70주기를 기념해 북한 금강산 신계사에서 만난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지홍·이하 민추본)는 '만해스님 열반 70주기 남북합동다례재'를 오는 29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봉행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방북 남측 불교단은 약 30명 내외로 현재 통일부의 방북 승인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남북 불교도가 2007년 신계사를 합동 복원하며 매년 10월 기념 법회를 위해 만나왔고 인도적 교류 차원에서도 만나왔지만, 특정한 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교류는 처음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조계종 민추본은 지난 3월 중국 심양에서 개최된 남북불교교류 실무협의 당시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강수린)에 남북합동다례재를 제안했고 수차례 팩스 교환을 통해 최근 합의에 이르게 됐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남북합동다례재는 불교인이자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스님의 열반 70주기를 맞아 스님의 정신과 사상, 업적과 실천을 남과 북이 함께 조명해보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남북불교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남북교류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선불교도연맹은 반일투사이자 민족대표 33인의 한분인 만해 스님을 민족 지도자로 존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일성은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으며 비록 불교승이었지만 조선 독립은 청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족 스스로의 결사적인 행동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행동파였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또 좌익활동을 하다 월북한 만해의 아들 한보국에 대해서도 평양시 중구역에 아파트를 주고 환갑상을 보내는 등 배려했다.

시집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만해 한용운 스님은 충청남도 홍성 출생으로 1905년 인제 백담사에서 연곡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고 체포돼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으며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해 저항문학에 앞장섰다.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사상 고취에 힘썼다.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의 배후자로 또 검거됐으며 이후 불교 혁신운동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중풍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조계종 민추본 박재산 사무국장은 "이번 합동다례재를 계기로 남북 불교계의 교류사업도 활발히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향후에 자연스럽게 많은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민추본은 오는 9월에는 임진왜란 당시 승군을 일으켰던 서산대사의 국가 차원 제향(祭享)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서산대사의 업적을 기리는 제향은 조선 정조 때부터 시작돼 춘계제향은 해남 대흥사에서, 추계제향은 묘향산 보현사에서 이뤄졌으나 일제 시대에 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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