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중앙亞 頂上 방문에 대형 프로젝트 受注 기대 크나
'자원·시장 확보' 시각 벗어나 산업 다각화·에너지·보건 분야 호혜적 협력으로 관계 강화해야
카자흐스탄 非核化도 배워오길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사건과 뒤이은 지방선거와 개각 논란으로 모두의 관심이 국제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에 한동안 매몰되어 있었던 느낌이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국제 상황은 이런 우리를 기다려 줄 만큼 녹녹하지 않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신냉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타격을 만회할 4000억달러 규모의 가스 협상을 타결했다. 동중국해에서는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을 처음 실시, 대미 공동 전선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북한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를 조건으로 북핵 3대 제재의 해제를 논의했고, 악화된 러·일 관계 개선을 시도 중이다. 강대국 간 긴장 고조와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의 약화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정상 방문은 한국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라는 비즈니스 외교 성과는 물론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정책의 동력을 살리는 의의가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유기적 연계 속에서 한반도 안정은 물론 통일 시대를 앞당기고 대륙 경제권과의 연결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정체 상태에 있는 한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으려는 대외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현실적 한계를 완화하고 계속성을 유지하도록 해 줄 것이다.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은 유라시아 협력을 주도할 명분과 힘에 제약이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추진에 무리가 가는 사업이 많다. 최우선 사업이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는 유라시아 대륙과의 물류 연결 프로젝트(SRX 사업)인데 남북한 관계는 차치하고라도 물류의 물량 확보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유라시아 국제 운송 회랑의 중심지인 중앙아시아에 물류 기지가 확보된다면 한국과 중앙아시아 경제 협력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음은 물론 러시아 극동에서의 물류 경제성도 빠르게 확보되어 SRX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러시아와의 협력에 숨 고르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정상 방문은 중앙아시아를 자원 및 새 시장 확보라는 일방적 경제 외교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경제 관계는 상호 호혜적이어야 발전이 지속 가능하다. 한국의 산업 발전 경험에 관심이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산업 다변화,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보건·사회 발전에 대한 새로운 협력 방안이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된 것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세계 어느 지역보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역이 중앙아시아이므로 한류를 비롯한 문화적 공감대를 확산함은 물론 그간 소홀했던 정치적 공감대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핵화 공감대이다. 지난 5월 6일 UN에서 '중앙아시아 비핵무기 지대에 대한 조약'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서명하였다. 이 조약은 북반구 최초의 비핵무기 지대에 관한 조약이며, 기존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실험이 있었던 지역에서의 첫 비핵화 조약이다. 이 조약이 체결되는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정상의 노력이 컸음을 주목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는 우리의 북한 비핵화 외교에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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