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이영수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31년 전 미얀마(당시 버마)에서 북한 테러 만행에 희생된 외교사절단의 추모비 제막식이 지난 6일 열렸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고인들을 국가가 잊지 않고 추모한다는 사실을 보여줘 감격스럽다.

사건 당시 대학총장 비서실장으로 동부전선 최전방 모 사단을 방문했다가 다급한 무선호출기 신호음을 들었다. 현장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을 맞은 듯 긴박하게 돌아갔다. 북한과 수교국인 버마를 방문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던 정부 주요 인사와 외교사절단 등 17명이 아웅산 국립묘지 참배 중 북한의 무모한 테러에 목숨을 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태였다. 보복 전쟁이 곧 전개될 것 같았던 최전방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조여오고 참담한 심정이 든다.

우리는 정치 외교력 부재와 위험 국가 국빈 방문으로 정부 요인, 외교관, 언론인 등 소중한 인재들을 잃는 비극을 겪었고, 아울러 동일 민족의 유례 없는 비인간적인 행위로 수치스러움을 겪었다. 북한은 자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하고 포악한 비인도적 집단, 국제 외교 관계를 무시하는 폭력 집단임을 스스로 세계에 알렸다. 지구 상에 존재 가치가 없는 집단이 국가 행세를 하는 것에 세계는 경악했다.

이제나마 그 악몽을 씻고 그 자리에 추모비를 세웠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웅산 버마 테러를 잊어선 안 될 큰 사명의식을 갖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선현들이 남기고 가신 국가를 위해 몸 바친 고귀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부국강병의 나라, 국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 한마음 한뜻의 국민통합 정신이 살아 있는 밝은 미래의 나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유공자는 물론 6·25 전쟁 참전용사도 각별히 예우해야 한다.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는 수만명의 국군 용사 유해를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발굴하고 북한 땅에 묻혀 있는 참전 용사 유해도 찾아와 가족과 조국의 품에 정중히 모시고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국민 보훈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경건한 마음과 몸가짐으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다 산화한 모든 분을 추모하며, 국가도 조국과 국민을 위해 몸 바친 분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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