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위층 자녀들이 ‘가짜 진단서’를 만들어 ‘농촌전투’에서 빠지는 일이 빈번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1일 농촌전투에 동원됐다가 국경지방으로 나온 한 평양 대학생의 말을 인용, “요즘 고위간부 자녀들이 가짜 진단서를 내고 병원에 입원한다는 사실이 들통나 조사가 벌어졌다"며 "김만유 병원과 평양 제1병원 등 중앙병원에서 가짜 입원환자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농번기를 맞아 일손이 부족해 총동원령이 내려졌지만, 특권층 자녀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학생은 RFA에 “평양시 보건당국이 주축이 돼 최근 진행한 조사 결과, 인민봉사총국 간부 자녀들과 시 경무국, 1여단 고위간부 자녀들이 ‘가짜 진단서’를 만들어 바치고 집에서 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은 일부 학부모들이 “간부집 자녀들은 부모를 등에 업고 농촌전투에 빠지고 있다”고 신소(伸訴)하면서 불거졌다고 한다.

신소한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은 논밭에 나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간부집 자녀들은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고, 평양시 보건당국이 각 병원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가짜 입원환자들이 곳곳에서 적발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간부집 자녀들은 아픈 곳이 없으면서도, 모내기철 등 농번기만 되면 1주일 전부터 아프다고 조퇴를 받다가 농촌전투 나갈 때는 ‘입원진단서’를 제출하고 빠져나간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에는 의사들도 얽혀있다. 농사철에는 북한 당국이 의사들에게 약초 캐기를 시키는데, 산에 가서 약초를 캐지 못한 의사들이 약초 살 돈을 벌기 위해 서류 조작에 손을 댄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관행을 뿌리빼기 위해 각 병원들에 ‘가짜 입원환자’들을 절대 만들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금전으로 얽힌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한편 평양시 대학과 고급중학교들에선 학교 컴퓨터실을 꾸린다는 명목으로 미화 200달러를 바친 학생들은 농촌전투를 면제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평양에서 나온 또 다른 소식통도 “후방사업을 하겠다고 200달러를 바치면 한 달 동안 농촌동원에 빠질 수 있고, 7.27 전승절 행사 때도 미화 150달러를 바치면 면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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