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현 국방장관을 임명하고, 후임 국방장관에는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내정했다. 김장수 전임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2일 동반 퇴진한 지 열흘 만에 외교·안보팀을 이끌 안보실장 인선(人選)이 이뤄졌다. 청와대는 "국정원장은 검증이 끝나는 대로 내정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장은 이 정부 들어 새로 만든 자리다. 박 대통령은 안보실장을 사실상 외교·국방·통일·국정원 등으로 짜인 외교·안보팀의 팀장으로 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육사(陸士) 출신에게 이 자리를 맡겼다. 김 안보실장(육사 28기)은 지난 22일 동반 퇴진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25기)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27기)의 육사 후배다. 한민구 후보자는 육사 31기다. 외교·안보팀 구성과 운영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기존 기조(基調)를 유지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특정 인맥이 외교·안보팀의 주요 보직을 독차지할 경우 정부 내부에서부터 건전한 토론과 비판, 견제가 사라지고 대신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 '집단 사고(group think)'에 빠질 위험이 있다. 박 대통령은 곧 있을 국정원장 인사(人事)와 후속 개각에서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김 안보실장은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국방장관에 임명되자 북이 도발하면 그 원점(原點)을 타격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단호한 자세는 우리 국민이 군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 북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안보실장을 겨냥한 온갖 중상과 비방을 쏟아냈고, 김 안보실장 발탁 가능성이 우리 언론에 보도되자 반대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것은 김 안보실장이 대북 억지 측면에서 갖고 있는 큰 자산(資産)이다. 그러나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미·중(美·中) 각축과 중·일(中·日) 간 갈등·충돌이 본격화하고 있고 북한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이 더욱 커진 상태다. 이런 때일수록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을 읽어내고 우리의 국익에 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안보실장은 군에서 야전·기획·전략 보직을 두루 거쳤다고는 하지만 국제 정세를 꿰뚫는 안목과, 다른 부처와 협업을 이뤄낼 조정 능력까지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개인 참모 역할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지난 1년여 외교·안보 부처에서 각종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은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만 초점을 맞춰 움직인 탓도 크다. 국가안보실장은 외교·통일·군(軍)·정보 분야의 전문적 의견과 판단은 물론 민간 참여까지 이끌어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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