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도 한국 드라마와 일본 포르노가 대량 유포돼 북한 당국이 검열조를 파견,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북한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한국 드라마와 성녹화물(음란물)이 군대 내에도 적지 않게 퍼졌다”면서 “군관 가족이 몰래 한국드라마를 보고 남조선 말씨를 흉내 내거나 노래를 부르는 현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민군 109연합 검열조가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총정치국 군관 가족을 대상으로 불법 녹화물 검열을 하고 있다”면서 “이 검열이 끝나는 대로 각 산하 구분대(중대급 규모)도 파고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109연합 검열조는 인민군 검찰국과 총정치국, 보위사령부 연합으로 조직된 불법 녹화물 단속 기관으로, 의심이 가는 고급 군관들의 컴퓨터와 기억기(USB·휴대용 저장장치), 심지어 손전화(휴대전화)까지 임의로 검사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북한 당국은 한국에서 제작된 KBS 역사드라마 ‘정도전’도 ‘김씨 체제’를 해칠 수 있는 위해물로 보고 내부 유통을 강력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를 단속하면서 특정 드라마의 제목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북한 당국이 ‘정도전’의 불법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지시를 지난달 전국 체제 보위기관들에 전달했다고 동아일보가 북한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보위부와 보위사령부 등 체제 보위기관들에 ‘정도전’ 단속 지시를 하달하면서 이 드라마가 역사를 매우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들었지만 실제 단속 이유는 정도전이 북한에서 매우 금기시하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일리NK는 또 북한이 지난 한 해 ‘한국 드라마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하게 대처했지만, 군부는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 여전히 은밀히 유통하고 있는데 불법 녹화물은 대부분 중국에 주재하는 군부 무역회사 간부의 손을 거쳐 평양의 군 수뇌부까지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고위간부 부부들은 밤에 성녹화물을 몰래 감상하는 등 일본 포르노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양의 통신원과 접촉한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최룡해가 해임된 이유 중 하나가 그의 딸이 손전화에 한국 드라마를 입력해 보다가 발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한국 드라마가 고위군관들에까지 침투하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한국 드라마 및 음란물 동영상을 적발하는 109상무를 109연합검열조로 승격시키고, 군과 민간을 마음대로 검열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