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런던-김동국 xallsl@rfa.org

고사리 채취 중 점심을 나누는 영국 탈북민들.RFA PHOTO/ 김동국
고사리 채취 중 점심을 나누는 영국 탈북민들.RFA PHOTO/ 김동국
고사리는 양치류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써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습니다. 특히 산이 많은 북한에는 예로부터 고사리가 많이 나는 나라 중하나입니다.하지만 1980년 이후 서서히 들어 닥친 경제난으로 인해 고사리는 별미가 아닌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강요하는 외화벌이 기준 수치를 채우기 위해 주민들은 4월과 5월, 고사리 철이 되면 북한정권에 상납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산을 헤매며 고사리 나물을 채취하곤 합니다.

2005년 북한을 탈출해 현재 영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가명의 김영순씨는 자신은 고사리에 대한 사연이 많다고 이야기 했습니다.김씨는 식량난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에게 입에 풀칠할 나위도 없는 가정형편에도 북한 당국의 강요에 못 이겨 고사리 뜯기 사업에 동원되었다며 애들이 먹고 싶어 고사리를 삶아 달라고 졸라도 당국의 과제 량 때문에 오히려 자식들을 구박한 가슴 아픈 추억이 있다고 과거의 북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김영순: 우리엄마 친구가 고사리를 잘 캐거든요. 그 아주머니는 고사리를 캐어 가지고 외화벌이 사업소에 가져가서 기름도 바꾸고, 설탕도 바꾸고 그러더라구요. 왜냐하면 북한은 고사리가 많지 않거든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여기처럼 많이 무더기로 많이 없으니까. 아마도 그럴 거예요. 풀이라는 풀은 다 뜯어 먹으니까 어째든 고사리가 많지 못해요 여기처럼… 고사리 한 배낭 뜯자면 하루 종일 걸려요.

탈북민들은 한결같이 이제는 북한에서 고사리는 깊은 산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가 다 자라기도 전에 일찍이 산에 가 채취해 오기 때문에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는 번식할 시기를 놓친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며칠 날 밤을 지샐 준비를 하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구경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달리 산이 없는 영국에서는 인가 주변 언덕들에도 야생 자연산 고사리가 많습니다. 북한으로 치면 특등품에 속하는 굵고 긴 고사리들이 사지 사방에 널려 있어 영국거주 탈북민들의 제일 가는 인기를 독차지 합니다.

요즘은 고사리철이라 영국 탈북민들은 매일 같이 고사리 채취에 나서는데요, 고사리를 어떻게 가공해 먹는지 모르는 영국인들에게는 신기할 따름입니다.탈북민들 뿐만 아니라 영국거주 한국교민들도 고사리철에는 고사리 뜯는 재미에 푹 빠져 삽니다.

영국의 일반 큰 공원들에는 사슴먹이로 고사리를 자연상태 그대로 나두고도 있는데요, 코리안 들의 고사리 채취가 얼마나 도에 지나쳤으면 코리아 타운 인근에 있는 ‘리피몬드’공원에는 한국 말로 ‘사슴먹이를 뜯지 마세요!’라는 푯말과 함께 이를 어길 시에는 고사리 한 대 당50p 즉 1달러 정도의 벌금도 책정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만큼 고사리는 남북한 사람들에게 모두 역사가 깊은 좋아하는 산나물입니다.

2009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박봉기씨는 북한에서 뜯기 힘들고 귀하게 생각하던 고사리를 영국에서는 손쉽게 접할 수 있어 깜짝 놀랐다며 더욱이 낫으로 별 정도로 큰 고사리 밭을 만나면 환성이 저절로 나온다고 자랑하면서 이런 크고 멋있는고사리를 북한에 보내주면 얼마나 좋겠냐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박봉기: 우리가 마음은 사실은 여기서 뜯어서 한국에도 보내주고, 보내주면서 생각하는 게 여기 와서 뭘 풍족하게 쓸 때면 북한 생각이 항상 나거든.

고사리 나물에 담겨진 북한주민들이 삶은 한편의 서사시를 방불케 합니다. 또 지지리 못살았던 그 시절, 굶주림에 허덕이는 자식에게 먹이지 못하면서 까지 당국에 반납 했던 원망의 그 고사리가 이제는 고향사람들도 맛이게 먹어보는 그런 나물로 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탈북민들은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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