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좋아하는 이름 선점
은행권 통일상품 개발 바람… 통일 기부금 적립 예금도

은행권에 '통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통일 후를 대비해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명칭으로 상표권을 미리 등록하는가 하면,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금융 상품도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등장한 은행권의 새로운 유행입니다.

우리은행은 통일 기부금을 조성하는 예금인 '우리겨레 통일'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입니다. 고객에게 연 3% 정도의 비교적 높은 이자를 주는 대신, 0.2%포인트 정도를 떼어내 통일 기부금을 적립하는 상품인데요, 우리은행 관계자는 "70만명 정도가 가입해 연간 80억~100억원의 통일 기부금을 조성해 이산가족 관련 기금 등에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최근 'IBK 진달래 통장' 'IBK 모란 통장'을 상표권 등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꽃인 진달래와 모란을 선점한 것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장 쓸 생각은 없지만, 통일 이후 다른 은행들은 쓰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업은행은 개성공단 등 북한 내 산업단지 입주를 목표로 하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대출뿐 아니라 마케팅·경영컨설팅까지 포함한 패키지형 창업대출상품을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입니다. 나진·신의주 등의 개발 사업, 개성공단 등 북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모두 통일상품에 달려들자, KB국민은행·NH농협은행·하나은행도 통일 관련 예금 상품 등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 관련 예금 등이 얼마나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입니다. A은행 부행장은 "아직은 사람들이 통일에 별로 관심 없는데, 통일 상품이 통하겠느냐"고 하더군요. B은행 부행장은 "금융권의 각종 현안이 많은데 통일 상품을 준비한다는 건 너무 앞서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일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이 전무한 북한에 통일 이후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통일 전 단계부터 북한에 관한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이 우리 금융의 '블루 오션'이 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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