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5월 13일 북한에서 대형 사고가 났습니다. 평양 중심가에 위치한 신축 23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위성사진 전문가들에 의하면, 며칠 전 붕괴된 건물은 평양의 평천 구역에 위치한 17개 고층 아파트 건물중 하나였습니다. 이 아파트 건설은 2012년 4월15일 김일성 전 주석 100회 생일과 ‘강성대국’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너진 건물에는 주로 노동당이나 인민군 핵심층 간부들이 거주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공사를 마무리 시키기 전부터 거주자들을 입주시켰기 때문에 붕괴된 건물은 아직까지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입주한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건물이 붕괴된 지 5일후인 5월 18일에 이 대형 사고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북한 언론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보통은 북한 당국이 투명성 없이 말하곤 하였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공개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이번 비극적 대형 사고 소식을 듣고 10년전 일어났던 용천역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2004년 4월 22일 북한의 용천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수많은 희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을 포함한 국제 기구에 따르면 당시 전체 부상자의 60 퍼센트 이상이 어린이들이었습니다. 당시 세계식량계획 아시아 담당관은 용천역 사고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눈이 멀거나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찢어지는 등의 큰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그 때 세계 언론은 룡천역 폭발 사고에 대해 많은 보도를 했습니다. 그 뉴스를 듣으면서, 역시 비밀주의는 북한, 옛 소련이나 로므니아과 같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북한 정부는 사고가 일어난 2004년 4월 22일 주민들에게 용천역 폭발에 대해 쉬쉬하다가, 이틀 후인 24일에야 사고 에 관한 첫 공식 발표를 하면서 처음으로 사망자 수도 밝혔습니다. 사고가 난 후 북한 정부는 북한 주민들보다 먼저 국제적십자사, 세계식량계획 등 여러 유엔 기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였습니다. 구호물자 지원이 급한데도 북한은 한국이 제안한 육로 수송은 곤란하다고 핑계를 대는 바람에 필요한 구호물자가 늦게 북한에 도착하였습니다. 용천 대 폭발 때문에 집 수 천 채가 파괴되고 수 백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지만, 북한 정부는 이틀 동안 주민들에게 사고소식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폭발소식이 바깥세계로 흘러나갈까 두려워 국제 전화 연결도 끊었습니다.

10년전 북한은 용천역 폭발사고 소식을 뒤늦게 나마 신속히 발표한 덕에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로씨야와 오스트랄리아 까지 포함해, 여러 나라의 정부, 적십자사와 민간인 단체들로부터 의약품 세트, 생수, 컵라면, 담요, 운동복등 각종 물품과 성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북한 언론은 지난 5월 13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5일이나 지나서 보도를 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비밀주의는 아직까지 심하지만, 통신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다른 나라보다 고립된 북한에서도 진실을 왜곡 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이 평양 평천 구역 대형사고에 대해 늦게라도 보도를 하여 당국이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러한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아 처벌시키는 것에 급급하기 보다는 우선,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북한의 체제 자체는 겉으로 보기에 튼튼해 보이는 붕괴된 고층 아파트 건물과 같이, 당국이 계속 ‘일심단결’을 선전하지만 자유, 인권과 투명성을 계속 억압한다면 제도적 모순 때문에 언젠가 붕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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