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하기위해 서울 명동성당을 나서고 있다. 한국 천주교 최고위직 성직자인 염수정 추기경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5.2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하기위해 서울 명동성당을 나서고 있다. 한국 천주교 최고위직 성직자인 염수정 추기경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5.2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오전 6시20분 명동성당 주교관에서 개성공단을 향해 출발했다.

염 추기경은 주교관 현관 앞에서 첫 방북을 앞둔 심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밝은 미소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차에 올랐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오전 9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북, 개성공단을 방문한 후 오후 5시 남쪽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지금까지 종교지도자들의 방북은 잦았지만 추기경이 북한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염 추기경의 이번 방북은 개성공단 천주교 신자들의 위로 차원으로 정치적인 목적은 없으며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돼오다 통일부를 통해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브리핑을 들은 후 수자원공사와 입주기업, 부속병원 등을 방문한 후 남쪽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 봉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기경의 방북에는 서울대교구 사제단 7명과 천주교계신문인 평화신문 기자 1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일반 언론의 동행 취재는 없다.

염 추기경은 지난 2012년 5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된 이후 개성공단 방문 희망 의사를 거듭 밝히며 북한 교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는 개성공단 신자들의 모임인 로사리오회의 부탁에 따라 개성공단에서의 성탄미사를 추진하기도 했다 장성택의 처형으로 무산됐다.

지난 2월 추기경 서임식을 위해 로마 바티칸시티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는 추기경단 회의와 서임식 직후 로마 현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현재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 관할지역인 개성공단을 방문하고자 했고 미사를 드리고 싶었다. 공단 방문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다 결국 방문이 무산되었는데 언제든 도움이 된다면 그곳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이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이뤄진 방북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지만 교황의 방북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추기경은 2006년 추기경 서임 당시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교황의 외국 방문은 정치지도자와의 면담이 아니라 각국 신자들을 방문하고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영접은 천주교 성직자가 해야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북한에는 성직자가 단 한 명도 없고 신자도 거의 없어 현 상황에서 교황 방북은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번 방북에서 염 추기경이 북측 인사를 만나는 별도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1984년과 1989년 두차례 방한하며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바티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권유했으나 실제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교황청은 북한 내 전교 활동 인정과 성직자 입북 허용 등을 교황의 방북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북한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무산됐다.

대신 교황청은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고 수십만 달러를 지원하며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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