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 수단인 5·24 조치가 단계적으로 풀려야 합니다. 정부 정책 기조가 일방적으로 바뀌면서 정부만 믿고 투자한 민간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정기섭(사진)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5·24 조치가 4년간 이어지며 정부만 믿고 남북 경협 사업에 투자한 기업의 손실이 크다”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입주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싶다”고 말한 정 회장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기업 가운데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곳이 늘면서 개성공단 인력난은 악화했고 여전히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기존 입주기업의 신규 투자는 막으면서 개성공단에 해외 기업을 유치하자는 ‘국제화’ 계획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전자출입체계’도 세관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관에 필요한 고가 기계가 없어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정 회장은 개성공단 인력 수급을 위해 기숙사 건립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면 입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올 때까지 5·24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인력 공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출퇴근 도로를 확충하거나 기숙사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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